첨단 패키징 기술이 고성능컴퓨팅(HPC) 시장 성장에 대응할 방법론으로 급부상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챗GPT' 등 인공지능(AI) 수요가 커지면서 데이터 통신 지연을 최소화하고 성능을 극대화할 전략으로 '칩렛'을 손꼽았다. 칩렛은 다양한 기능을 하는 반도체(다이)를 결합해 하나의 칩으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업계 최대 성장 동략으로 주목받는다.
한국마이크로전자·패키징학회(KMEPS)는 5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2023 정기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 전략과 시장 전망을 공유했다.
기조 연설을 맡은 박성순 인텔코리아 이사는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점차 보편화되고 데이터 사용량과 처리량이 급증하면서 반도체 성능에 대한 요구사항도 크게 달라졌다”며 “칩렛 설계와 첨단 반도체 패키징 설계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챗 GPT 등 생성형 AI로 데이터센터가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급증했다. 챗 GPT만 하더라도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애저를 기반으로 28만5000개 중앙처리장치(CPU) 코어와 엔비디아 1만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한다. 지금까지 CPU와 GPU 설계 방식으로는 이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 속도가 둔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업계 난제를 타개할 전략으로 첨단 패키징을 지목하고 있다. 전공정 단 반도체 회로 폭 축소가 제한을 받자 후공정인 반도체 패키징으로 이를 돌파하려는 시도다. 대표적인 사례가 칩렛이다.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반도체(다이)를 결합해 칩 성능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다.
실제 엔비디아, AMD, TSMC, 인텔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은 CPU와 GPU를 하나의 칩으로 활용하는 칩렛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제품 성능을 고도화할 사업 전략으로 삼은 셈이다.
반면에 국내 첨단 패키징 생태계는 협소하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해외와 견줄 탄탄한 생태계를 시급히 조성해야 하는 것이 과제로 지목된다. 패키징은 후공정 업체만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 설계 업계부터 첨단 패키징을 염두에 두는 만큼 전방위적 산업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재동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본부장은 “첨단 패키징은 반도체 설계, 연결. 기술과 테스트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아 주체 간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며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 파운드리, 패키징, 테스트 장비 업체까지 모든 요소를 아우르는 협력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첨단 패키징 수요가 확대되면서 이를 구현할 소재·부품 고도화 필요성도 강조됐다. 첨단 패키징 소재·부품 대다수가 일본산인 만큼 국내 공급망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사윤 KMEPS 회장은 “12대 국가전략기술에 반도체가 꼽혔고 첨단 패키징 기술도 중요 기술 중 하나로 언급됐다”며 “첨단 패키징 기술이 노동집약적에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변화하면서 한국 산업 생태계 발전, 반도체 산업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경기)=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