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 해저 구멍으로 마그마 '쏙'"…그리스 지진학자, 만우절 농담으로 검찰조사

그리스 지구역학·쓰나미 센터의 아키스 첼렌티스 국장. 사진=아키스 첼렌티스 국장 페이스북.
그리스 지구역학·쓰나미 센터의 아키스 첼렌티스 국장. 사진=아키스 첼렌티스 국장 페이스북.

그리스의 한 저명한 지진학자가 산토리니 섬 해저에 구멍이 뚫려 마그마가 배수된다는 만우절 농담을 던졌다가 조사를 받게 됐다.

5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지구역학·쓰나미 센터의 아키스 첼렌티스 국장은 만우절(April Fool's) 당인인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안타깝게도 산토리니섬에 안 좋은 일이 있다”면서 글을 올렸다.

첼렌티스 국장이 만우절 농담을 올리면서 함께 게시한 사진. 사진=아키스 첼렌티스 국장 페이스북.
첼렌티스 국장이 만우절 농담을 올리면서 함께 게시한 사진. 사진=아키스 첼렌티스 국장 페이스북.

그는 해당 글에서 ”지난해 10월부터 20명의 지진학자들이 섬을 지켜보고 있으며, 지난 1월부터 이 화산섬 아래 마그마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일본 화산연구소에 따르면, 지구 반대편에서는 정확히 산토리니섬과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그마가 증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산토리니섬과 지구 반대편 사이로 거대한 ‘깔때기’ 모양의 구멍이 만들어져 마그마가 이동했다고 말하면서 “섬 해저의 구멍으로 인해 에게해 바닷물의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진지하게 농담했다. 이와 함께 화산 폭발 이미지를 첨부했다.

다만 그가 올린 글의 마지막에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동화 속 주인공 ‘피노키오’의 그림이 함께 첨부됐다. 또한 그가 산토리니 섬 반대편이라고 지어낸 가상의 지명은 피노키스탄(Πινοκιστάν)의 트리판테코 화산이다. ‘피노키오’(Πινοκισ)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산토리니섬은 기원전 17세기 대규모 화산 폭발로 형성된 거대한 화산섬이다. 당시 폭발에 따른 쓰나미 등이 인근 미노아 문명이 쇠퇴하는 데 영향을 줄 정도였다. 이 섬의 마지막 대규모 폭발은 1950년에 일어났다.

그의 농담이 실현 가능성없는 터무니없는 종류인데다, 피노키오의 사진을 첨부하는 등 암시까지 줬음에도 그리스 검찰은 4일 이 페이스북 글이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게시물인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첼렌티스 국장은 이튿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후속 게시물을 올리고 “유머가 박해받는 세상에 살고 있다”면서 만우절 게시물이 농담이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가짜로 촬영한 자신의 머그샷(범죄자 확인용 사진)을 올리면서 ‘만우절 농담을 한 죄’라고 검찰 수사를 비꼬기도 했다.

그는 “그들(검찰)은 우리가 만우절 농담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지능이 낮다고 생각하는가 보다”라면서 “언론에서 튀르키예(터키) 지진의 비극적인 이미지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TV에서 1분 만에 얼마나 많은 ‘그리스 대지진’을 언급했는지를 잊고 있는 것 같다”라며 수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