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이효승 네오와인 대표 "팹리스 장기 투자·MPC 조성해야"

성남 분당구 본사에서 만난 이효승 네오와인 대표
성남 분당구 본사에서 만난 이효승 네오와인 대표

“반도체 설계(팹리스) 산업이 무너지면 외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려면 팹리스에 장기 투자해야 합니다.”

이효승 네오와인 대표(한국팹리스산업협회 이사)는 20년 간 보안칩 개발에 몸 담았다. 그가 진단한 팹리스 약점은 '취약한 생태계'다. 잇따른 팹리스 매각도 중국이 이를 파고든 결과라고 설명했다. 팹리스가 수익을 거두고 기술 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 생태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팹리스는 국가 차원에서 10년 이상 장기 투자가 필요한 산업인데 시류에 휩쓸려 단기 성과만 추구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팹리스 성장은 한계를 맞았다. 대기업 계열인 LX세미콘마저도 세계 10위권 안에 들지 못하고 있다. 영세한 중소 팹리스는 생존마저 위협받는다. 이 대표는 지금이라도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팹리스가 무너지면 결국 모든 산업이 외산 반도체로 채워지는 불상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시작은 팹리스고 반도체가 필요한 제조업 역시 팹리스가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을 정부와 기업 모두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생태계 조성 방법론 하나로 '멀티프로젝트칩(MPC)' 모델을 제안했다. 여러 팹리스의 설계자산(IP)을 활용해 고성능 칩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한국팹리스산업협회가 올해 중점 사업으로 밀고 있다. 팹리스 간 협업은 물론이고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의 도움도 필요하다. 이 대표는 “기업 간 상생 협력으로 팹리스 생태계를 강화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며 “정부 지원 정책도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승 네오와인 대표가 제안한 MPC 구현 예시
이효승 네오와인 대표가 제안한 MPC 구현 예시

정부 '3대 주력기술 초격차 R&D 전략'에 포함된 100대 핵심 기술 다수가 시스템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도 국가 차원에서 팹리스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가상현실(VR)·홀로그램 등 구현을 뒷받침할 반도체의 국산기술 개발과 고도화 기회를 놓치고 관련 산업만 발전하면 결국 외산 반도체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팹리스를 제조업 핵심으로 육성, 국내 팹리스 역량으로 산업 동반성장을 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반도체 설계에 따라 소재·부품·장비와 메모리, 서버, 애플리케이션, OS, 임베디드 등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와 모듈, 금형 등을 선택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기업이 팹리스 주도권을 잡으면 산업 전반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우리나라 팹리스 기업과 시스템 반도체 기업이 세계 산업을 리딩하고 국산 메모리를 최대한 활용하는 정책을 구사하면 자연스레 메모리산업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팹리스 산업에 정부와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라고 부연했다.

성남(경기)=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 송윤섭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