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 기업 유치에 팔 걷고 나섰다. 세계 반도체 5대 강국 진입 전략의 일환으로, 인도가 첨단 산업에서 새로운 제조기지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인도 구자라트주 정부는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세미나를 열고 한국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인도에 진출할 경우 파격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인도는 북서부에 위치한 구자라트주 돌레라 특별투자지역에 인도 최초 반도체·디스플레이 팹을 아우르는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한국 대기업과 강소기업이 인도 내 반도체 팹과 디스플레이 팹을 설립하면 건립비용의 50%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복합반도체·실리콘포토닉스·센서·이산반도체와 반도체 조립·테스트·마킹·패키징(ATMP), 반도체 후공정 사업을 인도에서 추진하면 자본 지출에 대한 재정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제품 디자인 관련 투자와 5년간 순매출액의 4~6% 수준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전자제품 제조와 정보기술(IT)·하드웨어 투자와 생산을 연계한 인센티브(PLI)도 지급하고, 전자 부품과 반도체 제조 관련 투자에는 25% 규모 보조금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인도 정부가 시작한 제조업 육성 정책 '메이크 인 인도'에 따른 것이다. 인도는 제조업을 촉진하고 투자자에 유리한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겠다는 것이다.
인도는 주 정부 차원에서도 반도체 산업 지원을 강화해 눈길을 끈다. 인도 정부에서 승인한 투자비용(CAPEX) 지원에 40% 추가 자본을 지원하고, 인지세·등록비 100%를 1회 환급해준다. 공장 건설에 필요한 토지 조달 비용도 보조금을 75%까지(첫 200에이커 토지 기준) 주기로 했다.
아밋 쿠마르 주한 인도대사는 “인도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은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기업에 엄청난 잠재력을 제공할 핵심 분야”라며 “세금 감면, 보조금, 규제 절차 간소화와 같은 인센티브를 통해 한국 기업에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전자산업 규모는 2021년 1000억달러 규모에서 2025년 4000억달러까지 고속성장이 기대된다. 인도 정부는 기술력과 혁신 역량이 있는 한국 기업이 인도 숙련된 엔지니어와 과학자, 8만8000개 스타트업 생태계 인재풀을 활용하면 글로벌 시장을 위한 첨단 제품과 솔루션을 공동 개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구자라트주 돌레라 지역에서는 이미 인도 대기업 베단타그룹과 대만 폭스콘이 협력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 나선 구자라트주는 안정적인 전력 자원과 교통을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한국디스플레이협회(KDIA) 주관으로 열린 세미나에는 삼성디스플레이·원익큐엔씨 등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소부장 기업 50개사가 참석해 관심을 나타냈다. 인도 베단타그룹과는 상담회도 마련됐다.
KOTRA 관계자는 “상담회에서 나온 업무협약 등 유망 성과에 대해서는 후속 지원을 할 계획”이라며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면 하반기 중 무역사절단을 보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