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결국 더 잘 살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더 잘 살고 행복해지려면 '일'을 해야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시대.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행복은 일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언뜻 듣기에는 시대와 맞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일'은 통용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황 회장은 “우리는 일과 고생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생은 하면 할수록 괴로운 것이고 일은 할수록 행복한 것”이라고 개념을 재정의했다.
고생과 일을 구분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하기 싫어질 뿐이다. 더 잘 살기 위해서는 '진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황 회장 지론이다.
그는 “혁신도 결국 일에서 나온다”고 힘줘 말했다. 반면 고생으로는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혁신은 30년간 황 회장이 주성엔지니어링을 이끌고 온 동력이자 철학이다.
1세대 벤처 기업가이자 벤처 성공 신화를 쓴 황 회장의 혁신 전략은 무엇일까. 진짜 일을 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그는 '미래 대비'를 제시했다. 누구보다 앞장선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을 예로 든 황 회장은 “5년 앞서 움직였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등 주성이 영위한 사업 분야에서 고객보다 5년 앞선 기술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지금 3나노 공정을 활용하는 반도체 제조사는 5년 뒤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폴더블 디스플레이 이후 5년 뒤에는 어떤 패널 수요가 있을까. 지금도 매일 고민하며 선행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전지 기술 역시 이러한 미래 대비의 일환이죠.”
황 회장의 혁신은 고정 관념의 파괴를 뜻하기도 한다. 인재 채용이 대표적이다. 주성은 고졸·인문계 출신도 연구개발(R&D) 인력으로 채용한다. 어렵기로는 세계 최고라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말이 안 된다고 할 법하다.
그러나 황 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공부를 많이 했다고 혁신을 실현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현장에서 학습한 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전공 분야 안에서 고정 관념에 갇히는 것이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지금까지 주성을 이끌고 오면서 실제 체득한 경험칙과 같다”며 “실제 고졸과 인문계 출신도 R&D 현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주성엔지니어링은 매출 4379억원, 영업이익 1239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6%, 21%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28.3%에 달한다. 제조업에서는 이례적인 성과다.
황 회장은 “혁신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성과”라며 “주성을 통해 혁신을 실현하고 임직원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