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경쟁사에 특허 라이선스 제공을 거절하고 휴대폰 제조사에 부당한 계약 체결을 강요한 것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에 부과한 1조원대 과징금이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은 13일 공정위와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외 2개 계열사가 제기한 상고심에서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는 공정위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공정위는 지난 2014년 8월 독과점 남용 행위를 인지하고 조사에 착수한 지 8년 8개월 만에 사건을 마무리하게 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퀄컴은 경쟁사 요청에도 칩세트 제조와 판매에 필수적인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에 대한 라이선스 제공을 거절하거나 제한했다. 휴대폰 제조사에도 칩세트 공급을 볼모로 프랜드(FRAND) 확약을 지키지 않고 부당한 계약 체결을 강요했다. FRAND 확약은 표준필수특허 보유자가 특허 이용을 원하는 자에게 공정하고(fair), 합리적이며(reasonable), 비차별적인(Non-Discriminatory)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겠다고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위는 수년간의 조사를 거쳐 2017년 퀄컴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 관계에 있는 모뎀칩세트 제조사, 휴대폰 제조사의 사업 활동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조311억원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퀄컴을 배타적 수혜자로 하는 폐쇄적인 생태계를 산업 참여자 누구든 자신이 이룬 혁신 인센티브를 누리는 개방적 생태계로 되돌려 놓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퀄컴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은 2019년 12월 퀄컴의 청구를 대부분 기각했으며,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고법은 퀄컴이 휴대폰 제조사에 포괄적 라이선스만 제공하면서 제조사 특허를 무상으로 교차 라이선스하도록 강제한 것은 위법하지 않지만 다른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적법하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춰 칩세트사에 타당성 없는 조건을 제시하고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등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퀄컴과 공정위는 각자 패소한 부분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으며, 3년 4개월 동안 답변서 및 상고이유보충서 등을 제출하며 법리 공방을 이어 나갔다. 대법원은 양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으며, 최종적으로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은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번 판결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FRAND 의무를 인지하면서도 표준필수특허 시장 및 모뎀칩세트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확장하기 위해 반경쟁적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경쟁제한으로 시장구조를 독점화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공정거래법상 타당성 없는 조건 제시와 불이익 강제 행위 등이 다른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어렵게 하는 행위로서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 기준을 재확인·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모뎀칩 특허 제한·사업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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