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역사문화 공동체의 가상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역사관이 기억과 기념의 대중화, 공공역사의 한 축으로서 성장하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박경목 서대문형무소역사관장은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기억과 기념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 메타버스라는 시공간으로 위치를 전이해야할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1998년 개관한 선열들의 자주독립정신을 배울 수 있는 역사 교육장이다. 3·1운동 직후 유관순 열사가 투옥돼 숨을 거둔 지하 옥사와 감시탑, 고문실, 사형장, 옥사 7개동, 역사전시관 등으로 꾸려졌다.
최근에는 기념관 대중화와 디지털화를 추진하며 문화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 관장은 “지난해부터 기념관의 메타버스화를 위해 다양한 국내 기업, 교육계와 협력해 학술 교류와 메타버스화를 위한 기반 프로젝트 등을 추진 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국내 기념관 부족, 재정과 인력 미비, 안정적 운영의 어려움 등 다양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측면에서 '메타버스 기념관' 건립이 아직 이른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미래 세대를 위한 기억과 기념의 전승이라는 측면에서 메타버스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더해 독립운동 관련 디지털 아카이브(기록보존소) 구축 등에도 힘쓰겠다”며 “일례로 서대문형무소는 독립운동가의 수형기록카드 6200여장을 전시 중인데, 이를 디지털화한다면 현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관장은 젊은 세대와 접점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문화 활동의 중요성도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에는 팝아티스트 배드보스로부터 작품 '도산 안창호와 6만개의 별'을 기증받기도 했다”며 “기념관과 팝아트 작품이 결이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곳이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올 수 있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예술작품과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질만한 콘텐츠를 갖춰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박 관장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많은 시민이 찾았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기념관은 제국주의가 남긴 그릇된 행위와 우리 선현의 숭고한 투쟁이 담긴 곳”이라며 “적대감을 키우거나, 지엽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장소가 아닌, 민족사를 직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구축한 만큼, 많은 시민에게 큰 사랑을 받길 바란다”고 했다.
임중권기자 lim918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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