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관리위원회가 올해 새 진용을 꾸린다. 전체 위원 8명 가운데 지난달 임기를 마친 5명의 자리를 새로운 인물로 채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위원 선임 작업에 착수했다. 주요 부처의 산하기관·단체로부터 후보 추천이 이뤄지면 인사 검증을 거쳐 문체부 장관이 위촉하게 된다.
게임위는 지난해 등급 분류의 불공정성 논란에 휩싸이며 홍역을 치렀다. 그 과정에서 게임위 위원의 전문성 부족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위원 대부분 게임과의 관련성이 없는 데다 게임 이해도 역시 낮은 인물로 구성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무엇보다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와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산업과 시장을 바라본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게임위는 게임물의 윤리성 및 공공성 확보, 사행성 유발 또는 조장 방지가 주요 업무다. 또 청소년을 보호하고 불법 게임물 유통을 막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게임산업법)에 따라 게임물 등급 분류와 사후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이번 새로운 위원 인선을 계기로 게임위의 전문성 강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국내 게임 산업이 마주한 각종 현안에 대해 합리적 판단을 내리고 게임 이용자와도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전문가가 위원으로 요구된다.
내년 3월부터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본격 시행된다. 게임물 관련 사업자는 아이템 확률 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를 관리 감독할 주체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 또한 바로 게임위다. 게임물 등급 분류에 이어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가 도입되는 시점인 만큼 전문성 강화의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내 게임사도 앞다퉈 진출하며 해외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블록체인 게임과 플레이투언(P2E) 이슈에도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들 게임 및 P2E의 국내 서비스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앞으로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게임위도 갖춰야 한다.
저작권 분야도 게임위의 전문성 강화가 요구되는 영역이다. 최근 게임업체가 밀집한 경기 성남시 판교 일대가 저작권 분쟁으로 들썩인 것은 물론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게임 개발 과정에서 각종 에셋과 이미지 활용 문제도 새로운 차원의 저작권 관련 분쟁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게임위에 부여된 권한과 역할을 감안하면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는 게임업계 종사자는 위원 자리를 맡기 어렵다. 이 때문에 주로 교수나 법조인, 사회단체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 중심으로 위원 인선이 이뤄져 온 것도 사실이다. 게임위는 올해 들어 이용자 소통 강화와 회의록 공개 등을 실천으로 옮겼다. 새로운 위원 인선으로 더욱더 변화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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