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요금제 가입자의 데이터 사용률이 LTE 가입자 대비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금·결합상품과 연계한 고가요금제 가입은 늘었지만 데이터 활용률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통신 과소비를 줄이기 위한 요금 정보 데이터에 기반한 '최적요금제' 도입에도 힘이 실렸다.
17일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실시한 '통신 이용정보 사용자 조사'에 따르면 5G 가입자 중 44.3%는 요금제 데이터 제공량보다 실제 사용량(3개월 평균치)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공량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사용한 경우는 15.0%에 불과했다. 무제한 요금제 이용 비율도 응답자의 40.7%에 달했다.
반면 LTE 가입자 중 54.9%는 제공받는 데이터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가입은 4.0%에 그쳤다. LTE 이용 그룹과 비교해 5G 그룹이 무제한 요금제 가입한 비율이 10배 높았다.
염수현 KISDI 서비스이용정책실장은 “5G 가입자의 데이터 제공량 활용률이 LTE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고 무제한 요금제 이용 비율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무제한 요금제 이용자의 월평균 이용량 57.8GB도 속도제한 상한인 150GB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KISDI는 5G 가입자 데이터 사용률이 낮은 것은 단말기 지원금 및 결합 할인과 연계한 불필요한 고가요금제 가입 구조가 원인이라고 짚었다. 단말기 이용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경우 무제한 요금제 비중이 43.7%로 가장 높고 데이터 활용률도 낮았다. 5G 단말기 지원금이 고가 요금제 6개월 유지 조건으로 지급되면서 불필요한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염 실장은 “자급제 단말기가 아닌 5G 단말기에서는 LTE 서비스 가입이 제한되고 5G 요금제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연계 요금제는 데이터 제공량이 적은 요금제가 없어 이용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통신 요금의 합리적 소비를 유도해 가계통신비 경감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데이터 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요금제 세분화와 함께 최적요금제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 유럽에서 시행 중인 최적요금제는 통신사가 고객 데이터 사용량을 기반으로 적합한 요금제를 의무 고지하는 제도다. 유럽전자통신규제지침(EECC)과 영국 오프콤은 통신사 대상으로 연례 최적요금 고지 의무를 부과 중이다. 과기정통부가 의견 수렴 중인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 규제가 도입되면 이용자의 합리적 통신 소비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도 최근 열린 통신요금정책 개선방향 논의 간담회에서 “소비자 선택권 제고와 통신 요금 정보 비대칭 해소 측면에서 통신사가 관련 요금 데이터를 이용자에게 제공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