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동통신사의 최고경영자(CEO)가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공정 기여를 촉구했다. 인도에서는 망 공정 기여를 놓고 통신사와 CP 진영 간 논쟁이 가열됐다. 한국·미국·유럽에서 촉발된 '망 공정 기여' 이슈가 아시아와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비엣텔, 모비폰 등 베트남 통신사는 이달 초 베트남 정보통신부와의 간담회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의 트래픽 증가로 인프라 유지 부담이 증가했다”면서 “주요 CP에 망 이용 대가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트남 통신사들은 “글로벌CP가 네트워크 설치와 유지에 투자해야 더욱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이 보장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트남은 글로벌CP들의 OTT 서비스 편중 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비엣텔에 따르면 베트남의 해외 데이터트래픽 가운데 약 80%를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가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범정부 차원에서 문제의식을 느꼈다. 비엣텔은 국방부, 모비폰은 정보통신부가 각각 소유하고 있는 국영기업이다. 베트남은 주요 콘텐츠 서비스를 전기통신사업법이 포괄하도록 법률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입법 여부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인도의 경우 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COAI)가 통신부 장관에 “OTT 사업자가 통신사와 합의해서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개 서한을 발송하면서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통신사들의 요구 검토에 착수하자 주요 CP와 인터넷기업을 대표하는 인터넷모바일협회(IAMAI)가 반발하고 나섰다. 인터넷모바일협회 측은 “통신 인프라 사용에 대한 OTT의 수익 공유에 대한 통신업계의 요구는 망중립성을 약화하려는 은밀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망 공정 기여 논쟁 자체가 인도 차원의 해결방안 수립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아시아 지역 관련 논의가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에서도 망 공정 기여를 요구하는 통신사의 목소리가 확산세다. 이보다 앞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3에서는 글로벌 통신사 대표가 CP의 망 공정 기여를 호소한 후 지역 차원의 의제가 됐다. 스페인 텔리포니카, 프랑스 오랑주, 독일 도이치텔레콤에 이어 노르웨이 텔레노 등도 망 공정 기여 요구에 동참했다.
구글, 넷플릭스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글로벌 이통사의 망 공정 기여 요구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구글은 유튜브 1080p(풀HD)급 이상 화질을 프리미엄(유료) 고객에게만 제공하기로 했다. 넷플릭스도 풀HD급, 일반화질 등에 따라 요금에 차등을 두고 있다. 글로벌 통신사는 주요 CP가 망 이용 대가에 기여하지 않으면서도 망 부담과 콘텐츠 품질을 차등화해서 수익 강화 요소로 삼는 것에 상당한 불편과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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