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이 충북 청주 LG화학 양극재 공장을 찾아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을 점검했다. 이달 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동행을 앞둔 행보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사전 점검 차원으로 해석된다.
구 회장은 지난 17일 청주 공장에서 생산라인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한편 생산 현황과 글로벌 공급망 전략 등을 점검했다. 현장 방문에는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 홍범식 LG 경영전략부문장 사장, 이향목 LG화학 양극재 사업부장 부사장 등이 함께했다.
구 회장은 현장에서 “양극재는 배터리 사업의 핵심 경쟁력 기반이자 또 다른 미래성장동력으로, 선도적 경쟁우위를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극재는 배터리 생산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배터리 용량·수명 등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로, 미국 IRA 주요 규제품목 가운데 하나다. 세액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올해 기준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조달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과 신냉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청주공장은 올해 기준 약 7만톤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갖춘 LG화학 핵심 생산기지이자 컨트롤타워다. 오는 24일 윤 대통령의 방미 동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구 회장의 행보는 상징성이 크다. 양극재 관련 글로벌 공급망 상황을 꼼꼼히 따진 만큼 IRA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음을 미국 측에 강하게 어필할 것으로 예상된다. LG도 구 회장의 방문에 대해 미국 IRA,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 글로벌 배터리 소재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이고 선제적 대응 방안을 점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IRA 대응 차원에서 양극재 생산 포트폴리오의 다변화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 기업인 중국 화유코발트와 함께 전북 군산 새만금에 배터리용 전구체 합작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 원재료 중국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전구체를 국내에서 생산하기 위한 우회책이다. 지난 2월에는 미국 광산 기업 피드몬트 리튬과 총 20만톤 규모의 리튬정광 구매 계약을 체결, 원자재 수급 루트를 다각화했다.
LG화학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양극재 수요에 대응해 생산 능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현재 청주공장 등 글로벌 생산라인에서 연간 12만톤 규모의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 완공 예정인 경북 구미 생산라인까지 가동하면 2024년 연 18만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약 180만대 고성능 순수 전기차의 배터리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