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원전을 정쟁 이슈로 삼으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우려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반핵운동가에게 매우 좋은 소재다. 바다로 방류되는 방사성 물질이 우리나라 바다를 오염시킨다는 시나리오는 일반 국민을 떨게 만들기 충분하다. 야당 일부 의원은 후쿠시마를 방문해 오염수 방류를 항의했다. 오염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사람은 일본 국민이다.
그러니 이는 일본 국민과 일본의 수산업을 위해서 하는 것이고 우리 국민을 위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우리 바다에 닿기 전에 희석돼 그 영향은 측정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오염수가 닿는 미국 서부 해안에서 오염수를 우려한다는 목소리를 들은 바 없다. 그런데 이를 우리나라가 위험하다고 얘기하면 우리나라 어민들만 어려워질 뿐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 놓고 있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후쿠시마 사고로 말미암은 방사능 오염은 사고 직후가 가장 컸다.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매년 분석하는 해양 방사선 조사를 보면 후쿠시마 사고 후 약 10년 동안 우리나라 근해의 방사선 변화는 거의 없다. 태평양의 거대한 희석효과 때문이다. 오염수 영향이 미미하다 하더라도 정부는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수산물 검사를 강화하고 우리나라 근해 방사선 감시를 더 자주 해야 한다. 지금도 주기적으로 연안 해수를 채취해서 방사선 변화를 감시한다. 그러나 해수 채취 구역도 더 많이 선정하고 검사도 더 자주 해야 한다. 일본의 오염수 처리와 방류 상황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이런 추가적인 감시에는 비용이 수반된다. 일본의 원전 사고로 우리 원전 산업의 고통이 컸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일본 정부가 모른 척할 수 없는 이유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기준치 이하여서 안전하다는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협력 자세를 보여야 한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구하기 전에 인접 국가와의 안전 협력이 먼저였어야 했다. 역사적으로 원전 사고는 안전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체르노빌 사고로 세계원전사업자협회가 탄생하고, 원전 안전을 위한 협력이 강화된 것은 좋은 사례다. 약 120기의 원전이 있는 유럽은 서유럽원자력규제협의체를 구성, 원전 안전을 위한 지역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동아시아도 유럽 못지않은 원전 이용 지역이다. 동아시아에는 세계 422기 가운데 약 4분의 1인 98기의 원전이 있다.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지역 안전 협력 체제를 구성했더라면 오염수 처리와 방류 투명성에 대해 지역 국가들의 이해를 구하기 쉬웠을 것이다.
안전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안심은 정서적 심리 문제다. 일부 야당 의원의 후쿠시마 방문이 방사선 공포 심리를 이용해 원전 반대 여론을 조장하고 정부의 원전 정책을 정치 쟁점화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최근 강릉 산불, 호남 가뭄 등에서 보듯 원전보다 기후변화 위험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원전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도 원전 이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를 포기하도록 조장하는 것이 미래세대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포를 조장하는 선동 정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과학적 안전'을 넘어 '정서적 안심'까지 이뤄야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과학적으로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 하더라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국민의 안심을 위해 근해의 방사선 분석을 더 자주 국민에게 보고하고 오염수 방류 과정에 국민 시각으로 참여함은 물론 일본·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원자력 안전 협력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dwjerng@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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