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20~30개 밖에 남지 않은 백악기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Rex) 화석 중 하나가 개인수집가 소유품이 됐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미국 NPR 등 외신은 이날 스위스 경매회사 콜러가 진행한 경매에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품명: 293 트리니티)이 555만 스위스프랑에 낙찰됐다고 보도했다. 낙찰자는 유럽의 한 개인 현대미술품·공룡 유물 수집가다.
유럽에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이 골격 전체로 경매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도 단 3차례밖에 없었다.
‘293 트리니티’는 길이 11.6ｍ, 높이 3.9ｍ의 크기로 두개골 길이만 1.4ｍ에 달한다. 2008∼2013년 미국 몬태나주(州)와 와이오밍주에서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3마리 뼈 293개를 조합해 만들어졌다. '트리니티'(삼위일체)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매에 나오는 공룡 화석 대부분은 일부가 모조품으로 대체되는 데 반해, 293 트리니티는 절반 이상이 실제 뼈로 구성돼 있고 동시에 보존 상태도 매우 양호해 가치가 높다.
스위스 아탈 공룡박물관 소속 한스 야코프 지버 박사는 "293 트리니티는 '특별한 짐승'"이라면서 "전 세계에 훌륭한 티라노사우르스 화석은 20∼30개뿐이며 이건 그중에서도 더 크고 우수한 것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희귀한 공룡 화석을 개인이 소장하는 데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과학 발전에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다.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소속 공룡 전문가 스티브 브루사티 교수는 "내가 걱정하는 건 과학적으로 매우 가치 있고 교육 및 대중 참여에 중요하기도 한 이들 희귀한 공룡 화석이 개인 수집가의 금고 속으로 사라져 공개적으로 전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박물관 대부분은 소수 재벌이나 슈퍼리치의 재력과 경쟁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개인 소유로 넘어간 공룡 화석이 결국 대중에게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번 경매를 주관한 경매사 콜러는 “우리가 미래에 어디선가 293 트리니티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