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스포티파이 등 음원 사이트 차트에 진입할 정도로 인기를 모은 유명가수의 신곡이 사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가짜로 밝혀져 나흘만에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19일(현지시간) CNN 비즈니스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캐나다 출신 힙합 가수 드레이크와 싱어송라이터 위켄드의 신곡으로 알려진 ‘허트 온 마이 슬리브’(Heart on my Sleeve)가 한 틱톡커가 생성형 AI로 가수들의 목소리를 합성해 만든 가짜로 밝혀졌다.
이 음원은 숏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익명의 틱톡커 ‘고스트라이터977’이 처음 게시했다. 위켄드가 전 여자친구인 가수 겸 배우 셀레나 고메즈에 관한 가사를 드레이크와 나눠 부르는 것처럼 진행되는 곡이다.
이 곡은 틱톡에서 시작해 각종 동영상 플랫폼에서 11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스포티파이, 애플뮤직같은 각종 음원 사이트가 제공하는 동영상을 통해서도 인기 스트리밍 영상에 오르는 등 인기를 모았다.
가수들의 목소리를 합성한 가짜 곡이 인기를 모으자, 드레이크와 위켄드가 소속된 레이블인 유니버설뮤직 그룹은 음원 사이트들에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이 곡의 삭제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결국 이 곡은 나흘만에 음원 사이트에서는 삭제됐다.
해당 서한에는 유니버설뮤직이 생성형 AI가 저작권이 있는 곡의 가사와 멜로디를 무단 추출하는 행위를 기술적으로 막아 달라고 항의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유니버설 뮤직은 "아티스트의 허락 없이 AI 소프트웨어를 교육하는 것은 음악 생태계의 이해당사자들이 인간의 창조적 표현의 편에 서길 원하는지 아니면 딥페이크의 편에 서길 원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며 “플랫폼 사업자들은 아티스트에게 해를 끼치는 서비스를 막을 근본적인 법적, 윤리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생성형 AI로 음악, 미술품 등을 만들어낸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은 아니다.
EDM 프로듀서 데이비드 게타는 지난 2월 AI를 이용해 래퍼 에미넴의 목소리로 만든 노래를 선보인 바 있다.
또, 최근에는 독일의 사진작가가 국제 사진 대회에 AI로 합성한 사진을 출품하기도 했다. 이 작가는 AI 남용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출품한 것이라며 수상을 거부했다.
생성형 AI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AI 학습에 예술가들의 지식재산권이 무단으로 사용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