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출기밀 "우크라, 러군 눈길 돌리려 쿠르드족과 시리아 내 공격 계획"

시리아군.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middle east institute(MEI)
시리아군.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middle east institute(MEI)
워싱턴포스트(WP)가 입수한 미국 기밀 문건.
워싱턴포스트(WP)가 입수한 미국 기밀 문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쿠르드족과 협력해 시리아에 주둔한 러군을 공격할 계획을 세웠단 사실이 드러났다고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내용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출돼 파장을 일으킨 미국 기밀 문건에 담겨있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시리아에 있는 러군과 러시아 민간 용병대 와그너(바그너) 그룹을 공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러시아에 군사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러군의 시리아 재배치를 유도할 목적이었다.

러시아는 지난 2015년 시리아 정부군 지원을 통해 내전에 개입한 이래 시리아에 자국군 수천 명을 주둔시켜왔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 일부 병력과 장비를 우크라이나로 이전하자 우크라이나 측은 이 같은 작전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군 정보 당국은 무인항공기(드론)를 이용해 소규모 공격을 벌이거나 와그너 그룹에 한정해 작전을 개시하는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문건에 따르면, 시리아 내 쿠르드족 민병대 연합체 시리아민주군(SDF) 정보원을 훈련해 러시아를 공격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SDF는 시리아에서 미군의 지원을 받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힘을 보탠 조직이다. SDF는 대가로 훈련과 방공시스템, 작전 관련 기밀 유지 등을 요구했으며, 쿠르드족 지역 내 러시아 기지에 대한 공격은 거부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파르하드 샤미 SDF 대변인은 “문건에 나온 우리 군대에 관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 군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 번도 편을 든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문서는 튀르키예(터키) 당국도 이 작전을 인지하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튀르키예 관리들은 잠재적인 역풍을 피하기 위해 튀르키예가 지원하는 반군 통제 지역을 피해 쿠르드족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할 것을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튀르키예는 SDF에 소속된 쿠르드족 민병대(YPG)를 테러단체로 규정해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11월 보급로 및 군기지 등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포착했고, 12월 2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계획 중단을 지시하며 작전은 무산됐다.

문건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의 압박과 자국군 무인기의 한계, 작전 실패에 대한 우려 등으로 공격을 주저했을 수 있다는 추정도 덧붙였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튀르키예에 도움 없이 계획을 재추진할 가능성은 낮으며, 실제 작전을 수행했다면 해당 지역 안에서 미국을 표적으로 한 러시아의 맞대응을 촉발했을 수 있었다고 예측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