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5세대 싼타페(프로젝트명 MX5)의 미국 생산량 목표를 국내보다 높게 잡았다. 오는 8월 양산 시작 후 내년 초부터는 미국 생산을 최대로 늘려서 현지 신차 시장 주도권을 가져가는 한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판매 감소 우려에 대응한다.
24일 현대차는 신형 싼타페의 본격 생산 준비를 위해 주요 부품 협력사와 생산 일정·물량 등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현대차는 울산2공장에서 5세대로의 완전 변경을 거칠 신형 싼타페 내연기관 모델을 8월 중순부터 생산한다. 이어 10월부터 신형 싼타페 하이브리드(HEV) 모델을 추가로 양산하고, 11월 중순부터는 수출 물량을 만든다.
신형 싼타페는 기존 4세대처럼 미국 생산 거점인 앨라배마 공장에서도 병행 생산한다. 내년 1월부터 신형 싼타페 내연기관 모델, 3월부터 HEV 모델을 생산하는 일정이다.
주목할 점은 생산 비중의 변화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 물량을 공격적으로 높이며 국내보다 오히려 미국 생산 비중을 높게 설정했다. 꾸준한 수요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 요구에 더 빠르고 능동적으로 대응, IRA 우려가 커지는 현지에서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 가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국내와 미국에서 만들 신형 싼타페의 연간 생산 목표를 총 29만대로 잡았다. 이 가운데 울산은 14만3000대, 앨라배마는 14만7000대를 각각 배정했다. 국내는 기존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앨라배마는 기존보다 20% 증가한 역대 최대 목표치다. 현행 4세대 싼타페는 미국 현지에서 월평균 8000~1만대 팔린다.
전동화 모델 생산 비중도 최대로 확대한다. 소비자들의 HEV 모델 선호도가 높아진 시장 상황을 고려한 결과다. 신형 싼타페는 디젤을 빼고 대신 가솔린 2종과 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동화 모델 2종 등 총 4종으로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구성한다.
그동안 4세대 싼타페 HEV 모델은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출고 대기가 12개월 이상 길어지며 출고 대란 사태를 빚었다. 신형 싼타페는 내수 생산 목표치 가운데 절반 이상을 HEV 물량으로 배정했다. 미국은 HEV 생산 비중을 40%로 잡았다.
신형 싼타페는 IRA 우려에도 미국 시장에서 판매 신기록을 이어 가고 있는 현대차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1분기 소매 판매 기준 15만9676대의 신차를 출고,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 증가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신형 싼타페의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2025년 전후 완공될 전기차 신공장 건립까지 시장에 빠르게 대응해서 전기차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최대 생산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