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서 발 뺀 국회, 복지부 시범사업도 '첩첩산중'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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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5월 시행을 앞둔 보건복지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기존 의료계의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가뜩이나 초진 포함 여부를 놓고 의료계와 플랫폼 업계 간 대립이 팽팽한데 비대면진료 수가, 안정적인 약 배송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논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음 달 열리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의료법 개정안 논의 여부도 불투명하다.

지난 25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비대면진료를 다룬 의료법 개정안이 논의되지 못하면서 시범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회에서 업계 갈등을 정리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흐르자 대한약사회 등 의료계는 의료법 개정안과 시범사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복지부는 다음 달 중 시범사업을 시작해 비대면진료 종료 사태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 3년 동안 2만5697개 의료기관에서 1379만명 대상으로 비대면진료 3661만건이 이뤄질 정도로 이용이 활발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질환을 제외한 일반 치료는 736만건(20.1%)이다.

복지부는 지난 3년여 동안 제공해 온 비대면진료에 대한 국민 호응도가 높고, 참여 의료기관도 매년 증가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의료법 개정안에서 비대면진료를 상시 제공하는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지연되면서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진료를 이어 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시범사업에 '더 숙고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추진 자체를 반대하고 나섰다.

우선 대한약사회는 비대면 약 배송 시 발생할 수 있는 약 변질 등의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 환자가 모든 약국 대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서 플랫폼 기업 개입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은 비대면진료 수가를 대면진료보다 더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기간 비대면진료는 일반 대면진료의 130%로 책정했다.

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비대면진료 필수 조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는 비대면진료와 대면진료를 동등한 수준으로 보고 대면진료와 같은 수준의 수가를 적용했다.

국내에서는 외래환자 진찰료와 동일하게 비대면진료 수가를 산정했고 의원급 의료기관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전화상담관리료를 더 산정해줬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비대면진료시 진료시간이 더 늘어나는데다 비대면진료 시스템 구비와 관리·운영 부담, 대면진료 대비 위험 관리 등을 고려해 수가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현재 시범사업 범위와 대상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의료계의 모든 의견을 반영하면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대한 이견을 좁히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3년 동안 실시해 온 비대면진료에서 중대한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고, 사용자와 병원 모두 만족도와 효과성·안전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국민의 비대면진료 서비스 이용에 공백이 없도록 시범사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