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장이 예상한 대로 부진한 1분기 실적을 내놨다. 14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원 넘는 적자가 났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이보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일어난 디지털전환 수요가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의 활황을 이끌었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자 경기침체와 맞물려 반도체·가전 수요가 급감했다. 삼성전자로서는 그나마 스마트폰 신제품 효과로 모바일 부문에서 선전한 데 힘입어 1분기 전체 적자 상황만은 벗어났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국내 전·후방 산업에 폭넓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정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이다. 일각에서는 2분기 이후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바닥까진 아직 멀었다며 부진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어떤 전망이 맞는지를 따지기보다 먼저 답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실적 한파에 움츠러들어서 수세적인 행보를 보인다면 경기회복 시점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예정된 투자를 지속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투자의 초점은 미래 대비에 맞춰야 한다. ICT 기업이 지난 3년여 동안 코로나 특수를 누린 것은 이에 앞서 미래를 위한 준비와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눈앞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미래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삼성전자 역시 투자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선제적으로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실적 부진의 골은 깊지만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가 다가올 것이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 미래 성장을 이끌 투자의 고삐는 늦추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