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메르세데스 벤츠가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와 손잡고 자동차 혁신에 나선다. 운전석부터 보조석까지 대시보드 전체를 화면으로 채우는 ‘필러 투 필러 디스플레이’ 탑재를 추진한다. 디자인 변형이 자유로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사용자경험을 제공하려는 시도로, 세계 최고의 완성차 회사와 디스플레이 업체 간 협업이 시작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 벤츠는 대시보드 전체를 하나의 디스플레이로 채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각종 운전 정보를 제공하는 운전석 계기판부터 오디오·히터 등 차량 내외부 기능을 제어하는 센터페시아, 보조석 수납공간 윗부분까지 아우르는 공간을 단일 디스플레이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전면 유리 옆 기둥, 즉 왼쪽 필러부터 오른쪽 필러까지 하나로 이어졌다고 해 ‘필러 투 필러(Pillar-to-Pillar)’ 디스플레이로 불린다.
벤츠는 이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와 협력을 논의 중이다. 벤츠가 필요로 하는 디스플레이는 좌우가 길고 곡선으로 휘어진 형태기 때문에 설계 및 디자인이 자유로운 OLED가 필수. 벤츠는 이에 OLED 분야에서 앞선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를 찾았다.
벤츠가 요구하는 디스플레이는 대시보드뿐만 아니라 사이드미러용까지 고려한 역대 최장 길이로 알려졌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 디스플레이가 10인치대인 점을 고려하면 화면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벤츠가 이 같은 디스플레이 탑재를 추진하는 건 처음이다. 또 OLED로 필러 투 필러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건 전 세계 완성차와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유례 없던 시도다. 벤츠는 ‘하이퍼스크린’이라고 불리는 유사 제품을 자사 고급 전기차에 적용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디스플레이 3개를 연결한 것이다. 강화유리나 케이스로 이음새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벤츠는 보다 더 진화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단일 화면의 풀스크린으로 바꾸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벤츠는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와 상당 수준 논의를 진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에 밝은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사양·기술성 평가는 지났으며 견적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최종 사업자 선정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벤츠와의 협력 여부에 대해 “고객사 관련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벤츠에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납품하고 있는 협력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직 벤츠와 거래 관계가 없다.
최종 계약이 성사되면 자동차 및 운전 환경의 혁신은 물론 디스플레이 시장에도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그동안 자동차에는 액정표시장치(LCD)가 주로 사용됐는데, OLED 부상이 예상된다. OLED는 내구성 때문에 자동차 시장 진입에 제한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발광층을 두 번 쌓는 탠덤 구조와 같은 기술발전으로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이다. 여기에 다양한 디자인 구현이 장점으로 부각되면서 본격적인 전장 시장 진입이 예상된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