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안전 가리는 편의점 시트지

민경하 플랫폼유통부 기자
민경하 플랫폼유통부 기자

편의점 불투명 시트지 부착에 관한 온라인 여론 수렴이 지난달 23일 종료됐다. 여론 수렴 절차는 부처에 규제 개선을 권고하는 국무조정실 규제심판제도 일환이다. 앞서 국조실 규제심판부는 편의점 점주 단체 등 이해 관계자와 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 등 소관 부처 의견을 확인했다. 온라인 여론 수렴 결과까지 반영해 이르면 이달 중 권고 여부를 결정할 예이다.

온라인 여론은 불투명 시트지 부착을 반대하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담배 광고물 외부 노출을 차단하는 것 만으로는 규제 실효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점포 근무자 안전 문제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시트지 대신 다른 소재를 적용하거나 편의점 내 담배 광고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국조실이 직접 나선 이유는 편의점 안전 문제 때문이다. 불투명 시트지가 편의점 안팎의 시선을 차단해 사건·사고 발생 비율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발생한 ‘인천 편의점 강도 사건’과 같은 강력 범죄 발생 사례도 늘고 있다. 시트지가 없었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길거리 편의점이 불투명 시트지로 덮이기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다. 복지부가 담배 광고물 외부 노출 사례를 단속하면서 모든 점포가 시트지를 붙였다. 담배 광고물 노출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어 점주들은 매장 전면에 시트지를 붙여야 했다. 적발 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처벌 수위도 높다.

통계를 살펴보면 현재까지 편의점 시트지 정책은 실패에 가깝다. 질병관리청과 경찰청에 따르면 시트지 단속이 시작된 지난 2021년 청소년 흡연율은 4.5%로 전년 대비 0.1%포인트(P) 증가했다. 반면 편의점 내 범죄 발생 건수는 지난 2020년 1만4697건에서 2021년 1만5489건으로 늘었다.

복지부 태도는 강경하다.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가입국으로서 담배 광고 노출에 대한 규제가 필수라는 입장이다. 금연 단체에서는 편의점 내부 담배 광고물 탈착을 주장하고 있다. 담배 광고료로 고정 수익을 얻는 점주들이 포기하기 힘든 조건이다.

편의점·복지부뿐만 아니라 담배 제조사, 금연 단체 등 여러 이해 관계자가 엮인 복잡한 문제다. 규제 심판 제도는 강제성이 없는 권고만 가능하다. 제도 개선을 부처에 권고하더라도 명확한 해답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중요한 것은 편의점 근무자의 안전이다. 이해 관계자끼리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편의점 근무 환경은 계속해서 사건·사고에 노출된다. 불투명 시트지 정책의 부작용을 확인한 만큼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신속한 문제 해결을 위한 복지부의 적극적인 자세를 기대한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