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언성히어로 ‘시험인증’

2000년대 영국 명문 축구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박지성 선수는 곧잘 ‘언성히어로’(unsung hero, 숨겨진 영웅)로 불렸다.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이며 골을 넣는 동료들보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두 개의 심장’ ‘산소탱크’로 묘사되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투지를 무기로 팀 승리에 크게 공헌했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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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인증은 수출 산업의 ‘언성히어로’로 꼽힌다. 직접 제품을 만들거나 판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 각국에 ‘메이드 인 코리아’를 수출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함께 사투를 벌이며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특정 국가나 지역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지 시험인증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국내 시험인증 업계는 기업과 함께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며 ‘수출 플러스’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시험인증 업계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서도 언성히어로의 면모를 보였다. 윤 대통령이 총 59억달러 규모 첨단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등 화려한 공격수로 활약하는 동안 정중동으로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차세대 통신, 사물통신(IoT), 바이오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 현지 기업·기관들과 잇달아 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 미래 먹거리 확보의 초석을 닦았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과 글로벌 인증기관 UL솔루션스는 한국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의 북미 지역 수출 지원 등을 위해 손을 잡았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은 미국 혈액은행협회(AABB)와 현지 시판 전 신고(FDA 510k) 대상인 의료기기와 체외진단기기 기술문서 심사 협력에 뜻을 모았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미국 무선통신산업협회(CTIA)와 산업용 사물인터넷(IoT)와 관련해 5G, 사이버보안, 배터리 등에서 기술을 교류하고 인증 프로그램을 공동 연구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충북 음성 국가표준기술원에 주요 시험인증기관이 참여하는 ‘해외인증지원단’을 설치했다.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규제 및 해외인증 관련 전문가 상담, 정보제공, 정부 지원사업 소개 등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최대 국정과제인 ‘수출플러스’를 달성하기 위해 시험인증을 핵심 플레이어로 기용한 셈이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자국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 표준이 갖춰지지 않은 신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속속 주도권 경쟁에 나서는 것을 고려하면 시험인증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험인증 업계가 산업이라는 그라운드에서 수출 플러스라는 골을 위해 쉼 없이 어시스트를 하는 언성히어로로 더욱 활약하기를 기대한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