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고운중학교 강당에 모인 22명의 1학년 학생들. 이들에게 노트북과 드론이 주어졌다. 드론이 강당 중앙에 있는 링을 통과해 자신의 책상 앞에 무사히 착륙하도록 하는 것이 미션. 단, 리모컨이 아니라 컴퓨터 언어로 코딩해 드론을 움직일 것. 22명의 학생들은 발걸음이나 눈짐작으로 링까지의 거리를 대략 추정하고 드론의 활동 계획을 세운 후 이를 실행시킬 명령어를 찾아 코딩했다. 바닥에 멈춰있는 드론을 띄워서 앞으로 몇미터, 좌우로 몇 미터를 가게 한후 다시 되돌아오게 하는 식이다. 학생들은 ‘fly up’, ‘fly forward’ 같은 명령어를 이용해 드론을 제어했다. 코딩을 모두 마치고 실행을 누르니 신기하게 드론이 명령대로 움직였다. 어떤 드론은 링에 부딪히기도, 또 어떤 드론은 링까지 이르지도 못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몇차례 코딩 수정을 통해 학생들은 미션을 완수했다.
새싹캠프에 참가한 고운중 1학년 6반 정윤서 학생은 “드론에 대해 그렇게 관심도 없었는데 코딩 드론 수업을 하면서 코딩도 알게 되고 좀 더 이해하고 재미있게 느꼈어요”라고 말했다.
디지털 새싹캠프는 100만 디지털인재양성을 위한 사업으로, 교육부가 디지털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지난 해 방학 중 캠프로 첫 사업을 시작한 후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학기 중으로도 확대됐다. 당초 시작할 때는 10만명 교육을 목표로 했는데, 현재 19만명이 참여한 상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현장 반응이 상당히 뜨거웠다”라고 평가했다. 초등학교에서는 주로 방과후 수업을, 중학교에서는 자유학기나 교과 시간도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W)·인공지능(AI) 전문기업이나 대학이 운영하고 한국창의재단이 학교를 연계해준다. 지난 10일 고운중에서 열린 캠프는 상지대가 운영하는 캠프다. 단순히 블록코딩 방법을 익히는 것 뿐 아니라 사고력과 군집비행도 하면서 협동심도 기르는 것이 목표다.
세종 다정초등학교에서도 같은 날 디지털새싹캠프가 열렸다. 코딩을 이용해 피아노를 만들어보는 수업. 다정초 5학년 학생들이 방과후 수업을 통해 캠프에 참여했다. 빨갛고 노란 레고처럼 생긴 기기를 조립하고 코딩을 통해 색깔을 도레미 음계와 매칭하는 수업이다. 볼륨이나 음계를 본인이 조정할 수 있어 자기만의 작은 피아노를 만들어보는 셈이다.
고운중과 다정초 디지털새싹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은 상당수가 코딩을 해본 경험이 많지 않은 학생들이었다. 중학교는 정보 수업이 있지만 수업시간도 적을 뿐만 아니라 학교가 고가의 교구를 갖추고 있기도 어렵다. 고운중 한 학생은 “코딩의 ‘코’자도 몰랐는데 흥미가 생겼어요”라고도 했다. 다정초의 5학년 김봄 학생은 “이틀이 너무 짧아 또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이 학생은 2일동안 운영하는 단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디지털새싹캠프가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끄는데에는 대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단순히 흥미 유발로만 그치는 1회성 이벤트로는 디지털 교육 격차를 완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하루 이틀 진행하는 단기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몇주동안 수업에 참여하는 장기 프로그램도 있지만, 훈련과 수업이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 역시 이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심화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대학과 초중등 교육을 연결한 것도 호평을 받고 있다. 다정초의 캠프는 배재대가 운영하는 캠프다.
이주호 부총리는 “디지털 새싹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디지털 교육을 윤석열 정부 내에 반드시 실현시키겠다 하는 비전을 가지고 추진하는 큰 개혁의 출발점”이라면서 “대학이 본격적으로 초중등 교육에 기여하는 지역 혁신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늘봄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