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차전지 소재가 ‘초격차’ 전략을 가동한다. 기술적 차별화를 넘어 규모에 있어서도 후발주자들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공격적 증설 투자에 나선다. 국내 대표 이차전지 소재업체인 에코프로와 LG화학이 선봉에 선다.
정회림 에코프로 경영전략실장 이사는 전자신문 주최 ‘배터리데이 2023’에서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양극재 생산능력은 18만톤인 데 2028년에는 한국을 비롯해 유럽, 북미에서 72만톤을 확보할 계획”이라면서 “압도적인 생산능력으로 양극재 시장 글로벌 1위를 수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리튬인산철(LFP)을 제외한 글로벌 양극재 시장에서 1위를 달성했다. 전통의 강자인 유미코아, 스미토모, 니치아 등을 제친 것이다.
에코프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장 성장세보다 더 빠르게 생산능력을 확장, 경쟁사를 따돌리는 ‘초격차’ 전략을 수립해 가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코프로비엠은 국내 양극재 업체 중 처음으로 지난달 헝가리 데브레첸에 공장을 착공했으며, 북미 시장 대응을 위해 캐나다에 양극재 합작사(JV)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코프로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양극재 업스트림에 해당하는 전구체와 핵심광물 확보, 리사이클에 이르는 생태계도 동시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이사는 “72만톤의 양극재를 만드려면 니켈과 수산화리튬이 각각 절반 정도씩인 36만톤씩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순 구매 뿐만 아니라 지분투자, JV 등 파트너십을 통해 경쟁력 있게 조달할 계획”이라면서 “리튬은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을 통해 수산화리튬 기준 연산 2만4000톤 규모 공장을 내년 초 확보하고 니켈은 중간재인 MHP 기준 2만톤을 제련할 수 있는 공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극재 핵심 원소재인 전구체의 경우 현재 국내 양극재나 배터리 업체가 중국에 의존하는 비율이 96%에 이르는데 에코프로는 계열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통해 5만톤의 전구체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향후 4년 이내에 21만톤까지 전구체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으로 27년 기준으로 중국을 제외한 전구체 업체 중에서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에코프로가 2028년까지 투자 계획을 밝힌 건 처음으로,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와 같이 압도적인 제조능력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LG화학도 빠르게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해 양극재 생산능력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최영민 LG화학 전지소재연구소장 전무는 ‘배터리데이 2023’에서 “양극재는 국내 청주와 중국 우시 공장에 이어 올해 말 완공되는 구미 공장, 미국 테네시 공장 등 한국, 중국, 미국, 유럽에 4각 생산 체제를 갖출 것”이라면서 “올해 기준 연산 12만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능력이 2026년 26만톤, 2030년에는 40만톤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양극재 외에도 분리막, CNT 등 부가소재 사업도 육성할 계획이다.
최 전무는 “분리막은 LG화학이 자체 보유한 코팅 기술력과 원단 기술을 보유한 도레이와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한국, 유럽, 미국 시장까지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LG화학은 지난해 6월 도레이와 헝가리에 분리막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유럽 내 수요 대응을 위해서다. LG화학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북미 분리막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최영민 전무는 “CNT, 음극용 바인더, 양극분산제 등 전지 부가소재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라면서 “이차전지 종합 전지소재 회사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