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독일이 교역·투자 위주의 양국 협력을 수소와 반도체, 바이오, 청정에너지 등 첨단산업 분야로 확대했다. 방위산업 공급망 확대를 위한 군사비밀보호협정도 체결키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과 숄츠 총리는 이날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치고 서울로 이동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숄츠 총리는 헬무트 콜 독일 총리 이후 30년 만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독일 총리가 됐다.
윤 대통령은 독일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핵심 우방국이자 파트너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오늘 저와 숄츠 총리는 변화된 시대 환경에 맞춰 양국 간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우리는 견고한 교역, 투자 관계를 수소, 반도체, 바이오, 청정에너지와 같은 첨단산업 분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 모두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강국이라며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과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급속히 재편되는 과정 속에 한-독 양국이 공급망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연합(EU)에서 추진 중인 주요 경제입법 시행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긴밀히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독일은 EU 수장국이다.
안보, 방산분야 협력도 확대했다. 한-독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조속히 체결해 방위산업 공급망이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협력키로 했다. 2030 엑스포 부산 유치에 관한 국민의 염원을 전달하고 독일 정부의 관심과 지지도 요청했다.
숄츠 총리는 윤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확대회의에서 밝힌 기후클럽 참여를 환영했다. 또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를 논의하며 공급망을 다각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숄츠 총리는 “불가역적이고 검증 가능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한민국 노력에 동참할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매우 민감한 주제인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윤) 대통령님께서 용감한 결단을 내려주신 것에 대해 존경의 의사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또 그린에너지,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 등에서도 협력하기를 희망했다. 숄츠 총리는 특히 “반도체 부문에서 대한민국에 굉장히 혁신적인 기업이 많다. 대한민국이 독일에서 이 부문에서 많은 투자가 있었으면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독일이 특히 신재생 에너지 기술이 앞서 있고, 세계 유수의 제약 회사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이 있다. 반도체 부분에서도 자동차 제조에서 양국이 국제 경쟁력을 보이기 때문에, 양국의 협력 강화에 대한 공통점을 찾고 있다”고 부연했다.
양 정상은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우리나라와 독일 모두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인식했다. 숄츠 총리는 “우리가 확실한 계획을 가지고 중국과의 의존도 낮추기 위해서 협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일본, 대한민국과의 협력을 추진하면서 중국과의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제적인 구조를 변화시켜 단순히 한 국가에 의존하는 것을 방지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히로시마에서 우리가 이 점에 대해서 분명히 논의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건희 여사도 같은시각 브리타 에른스트 여사 환담을 갖고 양국 간 문화교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에른스트 여사가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다고 하자, 김 여사는 “한반도 분단의 현실을 생생히 보여주는 장소”라면서 분단의 아픔을 딛고 통일을 이룬 독일을 평가했다.
김 여사는 그간 독일과 문화재 반환을 논의하고 있음을 상기하며 “양국 전문기관 간 독일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한국 문화재 관련 공동 출처조사 등 구체적인 협력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에른스트 여사는 “독일 정부가 문화재 반환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계속 협의해 나갈 뜻을 밝혔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