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소비자들의 걱정이 크다. 정부는 이달 16일부터 ㎾h(킬로와트시)당 8원의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을 시행했다. 4인 가구 평균 기존보다 4400원가량의 추가 요금 부담이 예상된다. 수치상으로는 소폭 인상이지만 지난 1분기 13.1원에 이은 올해만 두 번째 인상인 데다, 고물가·고금리 상황까지 겹쳐 이를 받아들이는 각 가정의 부담은 남다르다. 전기요금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커지면서 가전 업계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보다 적은 에너지로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는 고효율 신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저전력 부품 사용 등 하드웨어는 물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소프트웨어(SW) 기술 진화를 거듭하며 ‘고효율 테크 인플레이션’ 경쟁에 나섰다.
이미 가전 시장은 고효율 제품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두 차례의 전기요금 인상과 올여름 역대급 폭염까지 예고되면서 가전업계는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와 건조기 중심으로 똑똑한 고효율 제품을 통한 전기요금 절약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초고효율·초연결성’을 내세운 비스포크 라인업이 대표주자다. 세탁기와 건조기는 모델의 100%를 1등급으로 구성했고, 냉장고와 에어컨까지 더하면 에너지 1등급 모델 비중은 75% 수준에 이른다. 특히 항공기 수준의 초정밀 가공기술을 적용해 최고 효율을 구현한 컴프레서를 비롯해 디지털 제어와 AI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AI 인버터를 사용해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최저 기준보다 효율이 더 뛰어난 모델을 총 57개 출시했다.
에어컨은 열교환기 전열 면적을 2배로 확대해 열교환을 빠르게 하고, 실외기는 팬 사이즈를 키우는 한편 고효율 팬모터를 적용해 발열과 저항을 줄였다. 이를 통해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기준보다 냉방 효율이 10% 좋아져 폭염에도 전기요금 부담 없이 쾌적한 바람을 즐길 수 있다.
비스포크 냉장고의 컴프레서는 냉동 사이클 부하에 따라 모터 속도를 최적화하는 한편 저속 운전 때는 관성을 이용하면서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최저 기준보다 약 22% 적은 전력 사용한다. 세탁기는 찬물에서도 세제를 빠르게 녹여 깨끗하고 빠른 세탁을 가능하게 하는 삼성전자의 고유기술 에코 버블을 활용해 1등급 기준보다 사용하는 에너지를 최대 30% 절감할 수 있다.
스마트싱스 에너지 서비스의 ‘AI 절약 모드’를 활용하면 추가적인 에너지를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AI 절약 모드’는 미리 설정해 둔 목표 사용량이나 누진 단계에 도달하기 전 알아서 제품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알고리즘을 갖췄다. 삼성전자는 올해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식기세척기, 공기청정기 등 총 6종의 비스포크 가전 신제품에 이를 적용했다.
LG전자도 에어컨, 공기청정기, 김치냉장고 등 다양한 신제품을 통해 에너지를 절약 신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지난해 나온 UP가전은 에너지 절감 코스 등 새로운 절전 기능을 꾸준히 업데이트해 에너지 효율 기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LG전자는 세탁기의 ‘인버터 DD(Direct Drive)모터’, 냉장고의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 에어컨의 ‘듀얼 인버터 컴프레서’ 등 차별화된 핵심부품의 효율과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제품의 근본적인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다.
에어컨의 경우 전체 소비전력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컴프레서의 전력손실을 줄이기 위해 기술 고도화를 지속하고 있다. LG전자가 가장 많이 생산하는 1마력급 인버터 모터는 매년 평균 3% 이상의 에너지 손실을 개선해오고 있다. 현재 양산 중인 2세대 모터는 초기 모델 대비 전력 손실이 20% 정도 줄었다. 이를 소비전력으로 환산하면 50MW(메가와트) 발전용량을 저감할 수 있는 수준이다.
LG 프리미엄 냉장고의 핵심부품인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에 탑재되는 리니어 모터는 회전 대신 직선운동을 한다. 동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적어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 모터 속도를 자유자재로 구현하는 인버터 기술을 더해 냉장고를 더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식품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데 도움이 된다.
LG 씽큐 앱의 ‘가전 에너지 모니터링’ 기능을 활용하면 씽큐 앱에 등록된 가전제품들의 예상 전력 사용량과 예상 전기요금, 월별 전력 사용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절약 팁을 제시해 고객이 생활 속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중소형 가전 렌탈 시장에도 고효율 바람이 불고 있다.
코웨이의 경우 대표 라인업인 가정용 정수기 11개 제품 중 절반이 넘는 6개 제품이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이다. 올해는 1등급 제품으로 듀얼클린 제습공기청정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비데 제품은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을 적용받고 있지 않지만, 전 모델에 대해 대기전력 저감 우수제품 인증을 획득했다.
대표 제품인 코웨이 아이콘 정수기2 반도체 열전소자를 이용한 혁신적인 전자 냉각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을 강화,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을 받았다. 컴프레서를 없애 진동과 소음을 감소시켰으며 제품 크기를 축소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을 줄였다. 냉매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냉매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100% 저감한 것도 특징이다. 필요할 때만 온수를 가열하는 순간 온수 시스템으로 저장식 온수 시스템 대비 소비전력을 약 80% 절감한다. 듀얼클린 제습공기청정기는 공기 청정과 제습 기능을 함께 갖춘 복합 제품으로, 스마트 인버터 컴프레서와 저소음 저전력의 절전 기능을 통해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SK매직의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주요 제품으로는 올클린 공기청정기와, 원코크 얼음물 정수기가 있다.
올클린 공기청정기는 모터의 위치가 터보 하부에 위치함에 따라 발생되는 효율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터보 팬의 날개 출구 각도와 높이를 최적으로 설계했다. 이를 통해 20평형 모델의 경우 소비전력과 연간 에너지사용 비용을 기존 자사 동급 모델 대비 61%까지 낮췄다.
이달 신규 출시한 원코크 얼음물 정수기는 에너지 절감을 위한 BLDC인버터 압축기를 적용했다. 이전 모델(WPUIAC302) 대비 대기 전력 절감 및 내부 부품 제어 최적화를 진행했다.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으로 이달 기준 에너지공단 등록 얼음 정수기 중 연간 에너지 비용, 월간 소비전력량, 시간당 CO2 배출량 최소 수준을 자랑한다.
가전업계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고효율 제품에 대한 시장요구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가전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전기요금이 인상으로 고효율 가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어느때보다 뜨겁다”며 “AI를 이용한 에어컨의 절전기술부터 강화된 에너지소비효율에 맞춘 1등급 냉장고 기술까지 제조사들의 발 빠른 대응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