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교착 상태인 망이용대가 분쟁 해결을 위해 제3의 중재기관 설립을 제안했다. 유럽연합(EU)에 통신사와 대규모 데이터트래픽 생성기업 간 균형잡힌 협상이 가능하도록 공정기여 메커니즘을 도입해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망 공정기여 논의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GSMA와 유럽통신사업자연합회(ETNO)는 22일 ‘통신, EU의 디지털 리더십을 위한 정책 요구에 참여하다’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GSMA는 ‘테크-커뮤니케이션(Tech-Comm)’ 기업과 ‘트래픽 다량 발생기업(LTG, large traffic generators)’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테크-커뮤니케이션 기업(통신사)은 통신을 넘어 5G와 사물인터넷(IoT), 에지 컴퓨팅, 네트워크 가상화 기술 등을 산업과 경제 혁신·성장에 영향을 끼치는 회사로 정의됐다. LTG는 구글·넷플릭스 등 콘텐츠기업에서 확장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자율주행자동차 등으로 방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기업이다. GSMA는 테크커뮤니케이션 기업으로 향해가는 통신사와 LTG 간 불균형이 디지털 인프라 전반의 불균형과 정체를 가져올 수 있다며, 양측간 인프라에 대한 공정기여를 위한 협상 메커니즘(규칙)을 수립해 기가비트인프라법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GSMA는 이를 위해 우선 통신사와 LTG가 EU 제반 법령에 따라 공정하고 합당한 기여를 하도록 망 이용대가 협상을 의무화하는 대원칙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EU의 일반 중재원칙 등을 참고해 제3의 중재기구를 설립,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상 의무를 지닌 LTG 범위로는 최소 3개 EU 회원국에서 통신사 데이터 트래픽 5%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이 협상의무 대상자로 지정되며 공익성을 지닌 방송사업자는 제외된다.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사업자는 LTG에 포함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는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을 다 하도록 명시적 의무를 부과한다.
EU 법안 제정 과정에서 나온 GSMA의 망 공정기여 규칙에 대한 제안은 ICT 생태계 핵심 구성원으로서 상당한 무게감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망 이용대가에 반대하는 구글·넷플릭스 등 콘텐츠 기업 진영은 인터넷 자유를 내세우며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GSMA가 데이터트래픽 다량 발생기업을 새롭게 정의하고, 구체적인 중재안을 제시한 것은 세계 각국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한국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약 7건의 망 이용대가 공정화법이 발의돼 있다. 대부분 통신사와 콘텐츠기업간 공정한 협상의무를 제시한 수준이다. GSMA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새로운 법안이 등장할지 주목된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