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영국 이동통신사 보다폰이 유럽 최초로 도심 지역에서 5세대(5G) 오픈랜 상용화에 성공했다. 교외지역이 아닌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에서 상용 신호 송출을 이뤄낸 첫 사례다. 삼성전자는 이번 실증 결과로 유럽 전역에 통신장비 판로 확장 기반을 마련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보다폰은 영국 남서부 데번주 도시 토키·엑스머스에서 오픈랜 방식 5G 네트워크 송출에 성공했다. 삼성전자가 공급한 5G 가상화 기지국(vRAN) 솔루션과 다중입출력장치(MIMO)가 활용됐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기존 대비 2배 빠른 최대 700Mbps를 기록했다.
알베르토 리페피 보다폰 최고네트워크책임자(CNO)는 “유럽 처음으로 도심에서 오픈랜 네트워크 성능을 시험한 결과 향상된 데이터 속도와 접근성이 개선된 5G 네트워크를 지역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보다폰 도심 지역 5G 오픈랜 프로젝트에는 삼성전자와 캡제미니, 델, 인텔 등이 참여했다. 데이터 사용량이 높은 도심·사용자 밀집 지역은 전파 혼선·간섭이 발생할 가능성이 교외지역보다 높다. 다른 장치의 전자기 간섭을 방지하기 위해 정교한 기술력이 요구된다.
이번 오픈랜 상용 신호 송출에 성공한 토키·엑스머스는 인구 87만명이 거주하는 도시다. 삼성전자는 5G 기지국을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가상화한 브이랜 기술을 활용해 물리적 비용을 줄이면서 상용망에서 오픈랜 기술을 구현했다. 보다폰은 삼성전자가 개발한 대용량 MIMO 기술 덕분에 고객이 연결 문제와 지연 없이 영상 통화를 하고 온라인 게임과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보다폰과 오픈랜 동맹을 앞세워 유럽 통신장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오픈랜은 무선 기지국 하드웨어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하고, 서로 다른 제조사가 만든 장비를 상호 연동하는 표준 기술이다. 이통사 입장에선 장비 선택지를 넓히면서 인프라 구축 비용도 낮출 수 있다. 일례로 기존 다른 업체 장비를 쓰던 이통사가 삼성전자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다.
이는 통신장비 후발주자인 삼성전자 입장에선 판로 확대 기회로 작용한다. 전 세계 오픈랜 시장 규모는 연평균 64.4% 성장해 2028년 231억달러(29조84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보다폰은 2030년까지 유럽연합(EU) 내 모바일 기지국 30%에 오픈랜 기술을 보급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파트너로서 핵심 기술력과 구축 경험, 장비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그룹에 따르면 세계 통신장비 시장 1위 사업자는 화웨이로 점유율이 28%에 달한다. 노키아가 15%, 에릭슨 14% 비중을 차지한다. 삼성전자 점유율은 3.2%에 그친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英 보다폰과 송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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