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놓고 의료계와 플랫폼 업계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플랫폼 업계가 원활한 시범사업을 위해 정부와 시범사업을 위한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플랫폼 업계도, 의료계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마치 블랙박스 속에 있던 것을 꺼낸 것 같은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당장 진료 현장에서 환자의 초진 여부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특정 질환에 대해 1회 이상 대면해 진료한 경험이 있는 경우 30일 이내에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환자(사용자) 입장에서는 △내가 진료받은 병원이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입점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30일 이내에 △동일 질환에 대해서만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비대면진료는 다양한 이유로 병원 방문이 어려운 국민에게 건강권을 확대해주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하지만 동일한 목표 아래 기득권 확보 싸움만 부각되고 있다. 의료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이유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대상자 자체를 극히 제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조만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적용할 수가가 결정된다. 해외가 일반 대면진료와 동일하거나 다소 낮은 수가를 책정한 것과 달리 의료계는 최소 130% 이상 수가를 요구하고 있다. ‘비대면진료가 건보재정을 깎아먹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득권을 가진 곳의 목소리만 들어서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기존 의료계 협의체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할 창구를 더 열어야 한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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