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실용 위성 발사체로서 데뷔전을 치렀다. 이번 발사를 포함해 누리호는 지금까지 총 3차례에 걸친 발사 도전을 통해 진정한 ‘K-뉴스페이스’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아직 누리호가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는 1차 발사는 물론 지난해 위성 모사체와 성능검증위성을 함께 실은 2차 발사 모두 성패 여부를 떠나 준비 무대였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 등 실용급 위성을 발사하며 발사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한 이번 3차 발사야말로 본격적인 발사체 성능 검증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3차 발사는 계획된 비행 시퀀스를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혹자는 우리가 만든 위성을 싣고 우리 땅에서 직접 발사체를 쏘아 올린 중요한 첫걸음으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민간 참여로 이뤄진 첫 실전 발사로 민간 중심 우주개발 시대를 열어갈 초석을 쌓았다는 점 또한 이견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만든 위성을 싣고, 우리 영토에서 직접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는 지금의 성과에만 취해선 곤란하다.
이제 눈을 돌려야 할 것은 누리호를 신호탄으로 완성해 나갈 ‘미래 우주 경제 로드맵’이다. 지난해 정부는 로드맵 발표를 통해 독자 발사체 엔진 개발, 2045년 화성 무인 탐사기 착륙 등 우주 경제 강국을 실현하기 위한 당면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국가우주위원회는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통해 지역별 우주산업 특화 클러스터를 설치하는 등 민간 산업 육성 중장기 비전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 과제를 실행하기 위한 ‘한국판 NASA’ 우주항공청 설립은 여야 이견으로 인해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민간 우주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도 민간 소형 발사체 발사장 구축 사업이 각종 규제로 인해 심의조차 이뤄지지 못하면서 무색한 실정이다.
핵심은 ‘원팀’이다. 누리호 발사를 위해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한 뜻을 모았듯이 우주 강국 도약을 공통분모로 산·학·연·정이 협력해 우주 개발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누리호 3차 발사 직후 브리핑에서 발사에 참여했던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또한 원팀을 강조했다.
손 대표는 “우리나라가 세계 7번째 우주 강국 반열에 올랐다고 하지만 앞선 강국들과의 격차가 큰 상황”이라면서 “인력과 산업 측면에서 뭉쳐야 세계적으로 나가서 싸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제 누리호를 기폭제로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고 각종 규제를 제거하는 데 뜻을 모아 뉴스페이스 시대를 함께 열어야 한다.
대전=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
이인희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