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삼성이 ‘자동차 동맹’을 맺었다. 제네시스에 삼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 현대를 대표하는 차량에 삼성의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는 건 처음이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이뤄지던 양사 협력이 자동차 전장화·지능화로 더 넓고, 깊게 확대될 전망이다.
3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차기 제네시스에 삼성디스플레이 OLED가 탑재될 계획이다. 현대차는 최근 진행한 제네시스 디스플레이 입찰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최종 공급사로 선정했다.
현대차가 요구한 디스플레이는 25인치 OLED다. 크기로 미뤄볼 때 가로로 긴 형태로, 현대차는 운전석부터 센터페시아까지 아우르는 OLED 패널을 적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차 개발 기간을 고려하면 2~3년 뒤 나올 차기 제네시스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가 자사 대표 모델이자 자동차 메인 디스플레이에 삼성 OLED를 사용하는 건 처음이다. 현대차는 앞선 2021년 아이오닉5에 삼성 OLED를 적용한 바 있지만 이는 사이드미러 모니터용이었다.
아이오닉5에는 거울로 된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로 영상을 찍어 운전자에게 보여주는 기술이 적용됐는데, 카메라 영상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가 삼성 OLED였다. 자동차 양측, 사이드미러 옆에 작은 화면이 배치됐다.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기술과 디자인을 집약한 차량이다. 대표 모델답게 최고급을 지향하고, 부품 선정 과정이 까다롭다. 상징성은 물론 사업성도 커 이번 제네시스 입찰에서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으나 삼성디스플레이가 최종 공급권을 따냈다.
이번 OLED 공급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미래차 분야 새로운 협력 관계를 보여주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두 그룹은 1990년대 후반 삼성이 완성차 사업에 진출한 이래 갈등 관계에 가까웠다. 독일계 차량부품업체 하만으로부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카오디오를 공급 받았던 현대차는 삼성전자가 2017년 하만을 인수한 이후 협력사를 LG전자, 보스(BOSE) 등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그러다 2020년 정의선 회장(당시 부회장)이 삼성SDI를 찾아 이재용 회장과 전격 회동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전기차, 자율주행차로 발전하면서 갈등보다 협력이 훨씬 더 큰 시너지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삼성전기 카메라 모듈,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가 일부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플래그십 차종 핵심 부품으로 더 깊어진 것이다.
현대차와 삼성은 앞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더 다양하다. 특히 자동차의 전장화로 필수적인 반도체에 있어서 양사는 상호보완적 관계가 될 것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삼성의 다음 협력이 반도체로 진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