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공장에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완화에 고금리가 겹친 영향이다. 지난해 최장 20개월을 기다려야 했던 현대차·기아 다수 신차가 1개월 내 출고할 수 있고, 일부 차종은 즉시 출고까지 가능해졌다.
현대차는 최근 각 영업지점에 “반도체 수급난 완화, 금리 인상에 따른 고객 출고(차량 구매) 보류가 많다”면서 “예상 납기보다 차량이 빨리 배정될 수 있으니 고객에게 이를 적극 알려달라”고 공지했다.
신차를 계약하면 영업직원은 순번에 따라 고객에게 예상 출고일을 알린다. 이후 물량이 배정되는 데 최종 계약 과정에서 고금리 등을 이유로 일부 고객이 계약을 보류하거나 취소하면서 애초 공지한 일정보다 출고가 빨라지고 있다.
이런 사례가 많아지면서 현대차는 5월부터 영업직원들에게 고객 취소분과 같은 최신 출고 동향을 반영한 ‘단축 가능 예상 납기’ 일정을 별도로 알렸다. 평균 예상 납기가 3개월인 아반떼 1.6 가솔린, 그랜저 2.5 가솔린 모델은 단축 가능 예상 납기를 적용하면 1.5개월 내 출고가 가능하다.
아이오닉6 같은 최신 전기차 출고 기간도 대폭 단축됐다. 아이오닉6는 작년 12월 기준 출고 대기가 18개월에 달했으나 올해 5월 기준으로는 1.5개월 내 출고할 수 있다. 고객이 5~7월 중 희망하는 달에 출고할 수도 있을 만큼 재고가 넉넉한 편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고객이 컬러나 옵션 등 원하는 사양과 충족한다면 즉시 출고 가능한 재고도 상당량 보유했다. 옵션별 일부 재고를 보유한 차종은 아이오닉6를 비롯해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코나, 싼타페, 팰리세이드 등이다.
기아 일부 차종도 재고가 쌓였다. 기아는 5월 기준 모닝과 카니발, 봉고 EV 등은 즉시 출고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업계는 재고 누적 현상이 하반기에는 더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소비 위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가 제공하는 신차 할부 표준 금리는 평균 5~7%대에 달한다. 카드사나 캐피털사를 이용하면 평균 7~9% 다. 올 초 10%를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소폭 하락했지만, 신차 구매를 미루는 현상은 여전하다.
현대차 영업지점 관계자는 “수개월 전 계약한 고객에게 차량 출고 일정이 잡혀 할부 금리 등을 안내하면 취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이런 물량이 다음 순번 고객에게 배정되며 출고가 빨라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