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대(6G) 통신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국가간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일본, 유럽연합(EU)은 정부 주도로 6G 기술 선점과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 속도를 올리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21년 1조6025억달러(약 2128조원)에서 연평균 5.1%씩 증가해 6G 상용화가 시작된 2031년에는 2조5562억달러(약 3395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차세대 통신 기술이 산업 디지털 혁신에 미치는 영향이 커짐에 따라 기존 장비·서비스 시장을 대체하고 신규 융합 서비스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6G는 5G 대비 더 큰 용량과 약 10~20배 빠른 테라헤르츠(THz) 수준 전송속도, 고속이동성, 공중·해상 서비스 확대 등을 기본 특성으로 지녔다. 5G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첨단 융합산업에서 이동통신 기술 활용이 6G에서는 보편·일상화된다. 인공지능(AI), 혼합현실(MR), 자율주행차 등 고성능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타난다.
◇중국에 5G 밀린 미국, 6G 리더십 확보 총력
이같은 흐름에 발맞춰 미국·중국·일본·유럽 등 세계 각국은 6G 시장 선점을 위한 전문조직을 구축하고 기술 패권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미국은 6G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 민간에 맡겨왔던 전략에서 벗어나 국가 주도 정책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5G 시대 중국에 내준 글로벌 주도권을 6G에서 되찾아오겠다는 의지다.
미국은 지난 4월 백악관 주도로 6G 기술 구축 전략회의를 열고 기업, 학계 전문가와 함께 차세대 네트워크 국제표준을 앞당기기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2021년에는 미국 하원에서 6G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 네트워크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연방통신위원회(FCC)가 구성한 6G TF를 중심으로 기술표준 주도권 확립 및 6G 상용화 방안을 모색한다. 지난해 6G 선도를 위한 기술자문위원회도 출범했다.
동맹국과 6G 파트너십도 강화한다. 2021년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6G 연구개발에 미국 25억달러, 일본 20억달러 투자를 합의했다. 한국과도 6G 네트워크망 구축 협력을 선언했다. 중국 기업의 하드웨어(HW) 장비 주도권을 무력화하고 자국 기업 소프트웨어(SW)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오픈랜 기반 6G 네트워크 개발이 핵심이다. 민간에서도 미국통신산업협회(ATIS)가 2020년 발족한 ‘넥스트 G 얼라이언스’를 통해 향후 10년 동안 6G R&D 및 인프라 조성을 위한 구체적 전략을 모색한다.
중국 대응도 만만치 않다. 국가 주도 정책과 공격 투자를 통해 6G 상용화에서 앞서간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2019년 6G R&D 전략 수립을 위한 범정부 전담기구를 발족시켰다. 2021년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6G 기초연구비를 10.6% 늘리고, 제14차 5개년 계획에서도 매년 7% 이상 R&D 예산을 늘리겠다고 명시했다. 중국정보통신원(CAICT) 산하 IMT-2030은 6G 백서를 발간하며 국제표준 선점을 노린다. 전세계 약 2만건 출원된 6G 특허에서도 중국 기업이 40.3%를 차지한다. 미국에 뒤처진 저궤도 위성통신 경쟁력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국가 차원 ‘궈왕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했다.
◇일본·유럽도 6G 경쟁 ‘절치부심’
한국, 미국, 중국 등 주요국과 비교해 5G 경쟁에서 뒤처진 일본은 6G에서는 경쟁 우위를 선점한다는 복안이다. 일본은 6G를 국가 비전인 소사이어티(Society) 5.0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로 선정하고, 2030년 6G 도입을 목표로 비욘드5G 추진 전략을 마련했다. 이를 적극 이행하기 위해 총무성을 중심으로 도쿄대, 토요타·NTT·도코모·도시바 등 민관 합동 컨소시엄을 발족하고, 지적재산·표준화 전략을 전담하는 ‘비욘드5G 신(新)경영전략센터’를 설립했다.
일본 총무성은 6G 연구기금 조성을 위해 4억5000만달러(약 5940억원) 규모 추가 예산을 배정하고 6G 기지국 장비 점유율 30% 달성 등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 목표를 수립했다.
유럽연합(EU) 역시 2030년 6G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2018년부터 6G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2025년까지 약 3000억원을 투입한다. 유럽 집행위원회(EC)는 지난해 10월 유럽 6G 플래그십 이니셔티브 두 번째 단계인 Hexa-X-2를 발표했다. 기존 연구 중심 6G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확장해 노키아, 에릭슨 등 민간 기업까지 참여하는 프로젝트다. 6G 비전 정의를 넘어 목표 실현을 위한 6G 기술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을 그리는 것이 목표다. 44개 조직을 결합해 미래 6G 표준화 기초를 구축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글로벌 6G 동향과 관련해 “미국·중국·일본·유럽 등 주요국은 통상 10년 주기로 전환되는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패권 경쟁에 돌입했다”면서 “미래 네트워크 주도권 선점을 위해 6G 기술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각 국가 추진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 6G 시대를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