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의 ‘OLED 동맹’은 단순히 패널 공급을 넘어 총수 의지를 반영한 그룹 차원의 협업 결실로 봐야한다. 삼성과 LG가 미래 먹거리로 나란히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지목한 상황에서 함께 시장을 키워 성장하자는 통 큰 결단이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2013년 국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 철수 후 ‘절대로 재진입은 없다’고 공언해 왔다. 변화가 감지된 것은 2020년 초부터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협업을 논의했고, 이 부회장이 VD사업부에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때부터 삼성과 LG의 OLED 동맹설은 꾸준히 제기됐다.
TV보다 한발 앞서 양사가 디스플레이 분야 손을 맞잡은 것은 노트북이다. 올 초 LG전자 노트북 신제품 ‘그램 스타일’에 삼성디스플레이 OLED가 탑재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시들했던 TV용 OLED 패널 공급 논의도 이를 기점으로 다시 불붙었다. 외신도 양사간 협상 진척을 보도했다.
이어 하반기 LG디스플레이 패널을 탑재한 첫 삼성 OLED TV 공개가 유력해지면서 양사 간 ‘노트북-TV 크로스 OLED 동맹’이 마침내 완성되는 분위기다.
삼성과 LG가 글로벌 TV·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라는 점에서 이번 협업은 이재용-구광모 두 총수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삼성 QD-OLED는 ‘이재용 패널’로 불릴 정도로 이 회장이 의지를 갖고 투자하고 있는 미래 먹거리 분야다. 구 회장도 LG의 현재이자 미래를 디스플레이로 보고, 현재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한편 투명 OLED 등 미래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액정표시장치(LCD) 기반 디스플레이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OLED 시장의 한국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그룹 차원의 상생 노력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다양한 산업이 국가 경제 안보와 직결되면서 개별 기업 경쟁에서 국가 간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며 “삼성과 LG 역시 정부는 물론 국민까지 우리나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