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6907대.’
코나 일렉트릭은 현대차에 남다른 의미를 지닌 전기차다. 2018년 처음 등장해 지난해까지 현대차·기아 전기차 모델별 누적 판매량에서 압도적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현대차그룹은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EV 등을 앞세워 지난해 전기차 누적 판매 100만대 시대를 열었다.
현대차 전기차 보급 확대에 기여한 일등 공신 코나 일렉트릭이 5년 만에 2세대로 완전변경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중저가 전기차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의미에서 한동안 국내 판매를 중단했던 코나 일렉트릭의 부활은 반가운 소식이다.
경기 하남에서 강원 속초까지 코나 일렉트릭을 타고 달렸다. 장거리 시승을 통해 체험한 코나 일렉트릭은 탄탄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1등 전기차 자리를 지켜내겠다는 현대차의 의지와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외관은 1세대처럼 개성이 넘쳐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현대차는 코나 신차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전기차 모델을 먼저 디자인했다. 기존 모델의 독특한 캐릭터를 계승하면서 전기차만의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범퍼부터 후드까지 매끈하게 다듬어 차량 볼륨감을 강조하는 동시에 0.27의 낮은 공력계수(Cd)를 달성했다.
전면은 파라메트릭 픽셀 요소를 입힌 수평형 램프가 인상적이다. 현대차가 구축하려는 차세대 신차의 디자인 요소 중 하나다. 측면은 캐릭터라인을 통한 역동적이고 날렵한 실루엣과 아머(Armor) 형상의 휠 아치 클래딩(서로 다른 소재를 결합시킨 형상)을 적용해 강인한 모습을 표현했다. 후면에서는 일체형으로 설계한 스포일러와 보조제동등이 눈길을 끈다.
실내 역시 외관처럼 수평형 레이아웃 디자인으로 전방 시계를 확보하고 넓은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12.3인치 클러스터와 12.3인치 내비게이션을 통합한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는 한눈에 원하는 조작이 가능할 만큼 시인성과 조작성이 준수하다. 운전대 쪽으로 옮긴 컬럼 타입 전자식 변속 레버와 깔끔히 정돈한 콘솔 공간, 수납공간을 고려한 무드 조명, 2열 플랫 플로어 등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상의 쾌적한 공간 구성을 보여준다.
시승차는 롱레인지 모델로 64.8㎾h 배터리를 탑재해 최고출력 150㎾, 최대토크 255Nm를 발휘한다. 공차중량 1700㎏ 수준의 차체를 이끌기에 충분한 힘이다. 승차감은 기존에 시승했던 아이오닉5보다 한결 편안한 느낌이다. 전기차 특유의 고출력으로 인한 울컥거림이 크지 않았다. 페달을 밟으면 내연기관 모델처럼 부드러운 가속이 가능했다.
고속도로에서 올라서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했는 데 부드럽게 가속을 진행하고 조향까지 보조하며 적절한 차간 간격을 유지했다. 내비게이션을 기반으로 안전 구간이나 곡선로까지 인지해 작동하는 똑똑한 기능이다. 고속 주행 시 풍절음 유입도 잘 억제했다. 코나 일렉트릭은 기본 트림부터 전면에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사용하는 등 정숙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놀라웠던 점은 기대 이상의 효율성이다. 롱레인지 모델 국내 인증 기준 417㎞에 달하는 동급 최고 수준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롱레인지·17인치 휠 기준)를 확보했다. 19인치 휠을 장착한 시승차는 인증받은 주행가능거리가 368㎞다. 시승 당일 에어컨 작동 조건에서 고속 주행 후 복합 연비는 인증치(4.8㎞/㎾h)를 뛰어넘는 6.9㎞/㎾h에 달해 우수한 효율을 보여줬다. 편도 173㎞ 정도인 하남에서 속초를 왕복할 수 있는 수치다.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에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기반의 최신 편의·안전 장비를 갖춰 상품성을 강화했다. 차량을 항상 최신 사양으로 유지할 수 있는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비롯해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cNC, 카페이와 연동해 실물 카드 없이도 결제가 가능한 e 하이패스 등을 탑재했다.
기본 트림부터 핵심 안전 장비를 모두 갖춘 점도 주목된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와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BCA),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등은 물론 지능형 속도제한 보조(ISLA), 안전 하차 경고(SEW)까지 제공한다.
코나 일렉트릭 가격은 개별소비세 3.5%와 전기차 세제 혜택을 더해 스탠다드 모델 프리미엄 4452만원이며, 롱레인지 모델 프리미엄 4752만원, 인스퍼레이션 5092만원이다. 구매 보조금을 반영하면 스탠다드 모델 프리미엄 3000만원대 초중반, 롱레인지 모델 프리미엄은 3000만원대 중후반에 구매할 수 있다. 기본 장비가 풍성한 만큼 마이너스 옵션을 도입해 꼭 필요한 장비만 넣을 수 있다면 더 많은 이들이 더 합리적 가격에 코나 일렉트릭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