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바이오테크의 실리콘밸리…‘보스턴 클러스터’ 가보니

정부 지원 20개사 보스턴CIC 입주
기업·대학·연구소 접근성 ‘끝판왕’
美 진출 효율 극대화…성과 기대감

켄달 스퀘어의 대표 조형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켄달 스퀘어의 대표 조형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스턴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그게 뭐든 실제 만들어볼 수 있는 곳입니다.”

6일(현지시간) 보스턴에서 만난 김동균 이니티움테라퓨틱스 박사는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를 이렇게 표현했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는 하버드·MIT·터프츠 등 명문대가 포진해 새로운 연구에 필요한 전문인력과 인프라를 갖췄다. 메사추세츠종합병원(MGH), 하버드 의대 등 우수 아이디어를 시험해볼 다수 대형 종합병원, 다양한 비임상 기업,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VC), 기관,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대기업까지 1000여개가 넘는 바이오 기업 등이 밀집해 있다. ‘바이오 테크의 실리콘밸리’라 불릴 정도다.

미국 상위 20대 바이오·제약사 중 화이자·얀센·모더나 등 18개 기업이 보스턴·케임브리지 지역에 위치했다. 기술 라이선스 이전·확보와 공동연구 기회를 잡기 위한 소통이 활발하다.

특히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켄달스퀘어(Kendall Square)는 ‘지구에서 가장 혁신적인 1마일 스퀘어’로 불리며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핵심으로 꼽힌다. 전체 클러스터 중심에 위치해 다양한 바이오 기업, 대학, 연구소, 병원 등에 도보로 불과 수 분 만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美 거점 확보한 국내 20개 바이오·제약사
박순만 보건산업진흥원 미국지사장이 6일(현지시간) 보스턴 CIC에서 이달 열리는 네트워킹 이벤트 일정과 구인정보란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전자신문)
박순만 보건산업진흥원 미국지사장이 6일(현지시간) 보스턴 CIC에서 이달 열리는 네트워킹 이벤트 일정과 구인정보란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전자신문)

켄달스퀘어에 위치한 케임브릿지 이노베이션 센터(CIC)는 스타트업 공유 오피스다. 유관 기업·VC 등과 활발한 네트워킹이 수시로 벌어지는 것이 강점이다.

보스턴 CIC에는 전체 입주기업의 절반 수준인 1000여개가 바이오·제약 관련 기업이다. 국내에서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K블록버스터 미국 진출 지원사업’ 일환으로 국내 20개 기업을 선정해 입주를 지원했다. 현지 전문가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미국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보스턴 CIC에는 보로노이, 아리바이오, 웰트, 유한양행 미국법인 유한USA, 일동제약, 제너로스, 휴온스, 동아에스티, 메디사피엔스, 메디픽셀, 바이오톡스텍, 스탠다임, 에이비온,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유스바이오글로벌, 인텍메디, JW중외, 지뉴브, 하이, 한올바이오파마 등 바이오·제약은 물론 디지털치료제 기업까지 다양하게 입주했다.

6일과 7일(현지시간) 보스턴 CIC에서는 ‘한국 바이오 혁신의 밤’과 ‘한국의 밤 리셉션’ 행사가 열려 총 600여명 이상이 참여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박순만 보건산업진흥원 미국지사장은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이 저렴하고 빠르게 미국 거점을 확보할 수 있어 스타트업은 물론 국내 중견 제약사도 다수 입주에 지원했다”면서 “특히 CIC 자회사 ‘벤처카페’가 매주 다양한 주제의 이벤트를 개최하고 CIC가 위치한 전 지역에 행사 정보를 공유하므로 CIC 입주사가 폭넓고 다채롭게 네트워킹하기 더없이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보스턴 진출만으로도 신뢰 얻어”
류은주 동아에스티 미국지사장이 6일(현지시간) 보스턴 CIC 내 사무실에서 미국 진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전자신문)
류은주 동아에스티 미국지사장이 6일(현지시간) 보스턴 CIC 내 사무실에서 미국 진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전자신문)

동아쏘시오홀딩스에서 바이오 사업을 총괄하는 동아에스티는 자회사로 편입한 미국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1월 미국지사를 신설했다. 뉴로보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물질 DA-1241의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류은주 동아에스티 미국지사장은 “미국 유수 대학과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면서 “물리적으로 보스턴 클러스터에 위치하니 현지 대학·기관·기업 등에 훨씬 수월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회사 브랜드 인지도가 아직 낮아 현지 파트너십을 확보하기 어려웠는데 보스턴에 지사를 마련하니 미국·유럽 네트워킹 기회가 확연히 늘었다”면서 “내부에서 준비 중인 파이프라인에 대해 글로벌 투자 유치와 공동개발 등 기회를 모색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보스턴(미국)=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