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딥테크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딥테크 창업과 투자를 적극 지원해 글로벌 유니콘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지난 9일 중소벤처기업부 초청으로 이뤄진 샘 알트만 오픈AI 대표 방한 역시 딥테크 스타트업과 글로벌 확장을 지원하기 위한 행보다. 실제 이날 중기부는 공식 행사인 ‘K-Startups meet OpenAI’ 이후 별도 미팅을 열어 알트만 CEO가 언급한 딥테크 분야에서 한국 스타트업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심도깊게 논의했다. 오픈AI 세계투어가 마무리되는대로 이른 시일 내에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는 것이 목표다.
중기부 관계자는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방향이 딥테크를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면서 “이번 오픈 AI 방한 역시 딥테크를 통한 글로벌 진출이라는 큰 방향성의 일환으로 이뤄진 만큼 딥테크 전반에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딥테크 10대 분야…창업부터 R&D, 투자까지 전폭 지원
정부의 딥테크 지원은 큰 틀에서 ‘초격차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 중이다. 산업부에서는 ‘산업대전환 초격차 프로젝트’, 중기부에서는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를 국정과제로 내걸고 각각 사업을 추진한다. 산업부에서는 34개 미션·40개 프로젝트, 중기부에서는 10대 초격차 분야를 각각 제시하며 세부 업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미래모빌리티 등 다소 세부 지원 분야에는 차이가 있지만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는 같은 방향이다.
특히 딥테크 분야 스타트업에는 각 업종에 맞는 특화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중기부는 초격차 스타트업 10대 분야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로봇 △빅데이터·AI △사이버보안·네트워크 △우주·항공 △차세대 원전 △양자기술로 정했다.
초격차 10개 분야 가운데 시스템반도체 등 5개 분야 150개 기업에 기업당 최대 6억원의 사업화자금과 5억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R&D 전문기관 매칭은 물론 투자유치 지원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민간 벤처캐피털(VC)의 기업 발굴 기능도 딥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강화하고 있다. 이른바 딥테크 팁스 프로그램이다. 중기부가 성공적으로 도입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팁스를 딥테크 기업에 특화한 방식이다. 운영사로부터 3억원 이상 투자금을 유치한 기업에게 R&D 자금을 최대 15억원까지 지원한다. 기술개발이 길고 인증·시험평가·설비 등 비용 소요가 큰 딥테크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투자회사와 연구개발전문회사가 컨소시엄을 이뤄 규모 있는 투자와 R&D를 지원하는 ‘스케일업 팁스’도 가동되고 있다. 올해 모태펀드를 통해 약 1295억원, 출연 방식 R&D 예산을 통해 627억원 등 총 1922억원 가량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대학기술지주회사와 벤처캐피털, 출연연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이미 총 14개 가량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일부 VC를 중심으로 자체적인 딥테크 전용 펀드 조성 등이 이뤄지고 있는 것 역시 딥테크 분야 유망 기업을 우선 발굴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앞서 언급한 딥테크 팁스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제조·하드웨어 분야 기업의 성장을 지원한다.
◇지원체계 정비해 딥테크 기업 글로벌 유니콘으로
개별 산업 분야 초기기업을 위한 지원 체계도 갖춰지고 있다. 중기부는 이미 딥테크 등 기저기술 분야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전담 조직을 갖춰 각 업종 특성에 맞는 지원체계를 꾸리기 시작했다. 과거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살포식 지원을 했던 정책 방향에서 벗어나 산업별 초기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대표 사례가 지난 9일 이뤄진 샘 알트만 오픈AI 방한이다. 중기부 산하 미래산업전략팀에서는 오픈AI 방한을 계기로 국내 AI 관련 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도 미래산업전략팀에서는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이른바 BIG3 분야를 선정해 지원했다. 지난달에는 로봇 분야 스타트업을 초청해 애로 사항을 수렴하기도 했다. 소부장 스타트업 100 등 지난 정부에서 이뤄졌던 지원 사업 역시 지속 추진되는 상황이다.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는 글로벌 규제혁신특구 역시 딥테크 스타트업 해외 진출에 정책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혁신특구 내에서는 명시적으로 열거된 제한 또는 금지사항을 제외하고, 신기술을 활용한 모든 실증이 가능하게 한다. 해외 진출을 위한 인증 체계를 갖추는 것 역시 딥테크 분야에서 규제에 제한받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도록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인천 송도에 구축하고 있는 ‘K-바이오 랩허브’ 역시 바이오 분야 기저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혁신 클러스터 대표 사례가 될 전망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그간 딥테크 뿐만 아니라 소부장 등 핵심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체계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딥테크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특화 지원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