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성전자 갑질한 브로드컴 셀프시정안 ‘기각’…사상 첫 사례

브로드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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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에 휴대전화 부품을 판매하면서 갑질한 혐의를 받는 미국 반도체 부품기업 브로드컴 인코퍼레이티드의 셀프시정안을 ‘기각’했다. 거래질서를 회복시키거나 다른 사업자를 보호하기에 부적절한 수준이라고 봤다. 공정위가 최종 동의의결안을 기각한 것은 사상 첫 사례다.

공정위는 지난 7일 개최된 전원회의에서 브로드컴 본사 등 4개사의 거래상지위 남용 건과 관련한 최종 동의의결안을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대한 구매주문 승인 중단, 선적 중단, 기술지원 중단 등 행위로 스마트기기 부품공급에 관한 장기계약(LTA) 체결을 강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LT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1년 1월 1일부터 작년 12월 31일까지 3년간 브로드컴의 스마트기기 부품을 매년 7억6000만달러 이상 구매하고, 실제 구매액이 미달하는 경우 차액만큼을 배상해야 했다.

공정위가 LTA 강제체결 혐의와 관련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 남용을 적용해 심사하던 중 브로드컴이 동의의결 개시를 신청했다. 공정위는 작년 8월 26일과 31일 2차례 전원회의를 개최해 브로드컴이 동의의결 개시신청 당시 제출한 시정방안에 대한 브로드컴의 개선·보완 의지를 확인하고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브로드컴은 최종 동의의결안에 △불공정한 수단을 이용한 부품 공급계약 체결 강제 금지 △거래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부품 선택권 제한 금지 △공정거래법 준법 시스템 구축 △200억원 규모의 반도체·정보기술(IT) 산업 분야 전문인력 양성 및 중소사업자 지원 △삼성전자에 대한 품질보증 및 기술지원 확대 등 시정방안을 담았다.

그러나 공정위는 지난 7일 전원회의 심의 결과, 동의의결 인용요건인 거래질서 회복이나 다른 사업자 보호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브로드컴의 품질보증 및 기술지원 확대안에 대해 “피해보상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브로드컴은 구매 부품에 대한 품질보증 기간을 3년으로 확대 적용하고, 3년 동안 기술지원을 하기로 했다. 2020면 3월 27일부터 2021년 7월 2일까지 기간에 주문해 작년 3월 이전에 출시된 스마트기기 제품이나 제품 모델에 탑재하는 신청인들의 고주파 프론트엔드(RFFE)와 커넥티비티가 부품 대상이다. 다만, 해당 기술지원은 신청인들이 합리적으로 기술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공되며, 기술지원의 제공 가능 여부, 조건, 보상 등에 대하여 사안별로 양사가 협의하여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는 “기술지원을 무상이 아니라 필요하면 유상으로 하겠다는 것이고 삼성전자 요청이 오면 (무조건)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가능하면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품질보증 기간을 3년으로 확대하지만 생산이 종료될 특정 시기에 탑재된 기기로 지원대상을 한정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심의과정에서 전체적으로 무상 지원하거나 삼성전자가 주도할 수 있게 문구를 바꾸자는 제안이 있었다”면서 “지원대상도 2022년 3월 이전 스마트기기가 아니라 더 넓히자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종동의의결안에 담겨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품질보증·기술지원 확대 등은 그 내용·정도 등에 있어 피해보상으로 적절하지 않고, 동의의결 대상행위의 유일한 거래상대방인 삼성전자도 시정방안에 대해 수긍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조속히 전원회의를 개최해 브로드컴의 법 위반 여부, 제재 수준 등을 결정하기 위한 본안 심의를 늦어도 연내에는 진행할 예정이다.

브로드컴은 이날 동의 명령은 관련자 모두에게 상호 이익이 되는 조건으로 합의됐다면서 공정위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브로드컴 관계자는 “동의 명령 조건에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상당한 이익을 줄 수 있고 선진 기술 역량 성장을 촉진할 다양한 프로그램 지원안도 포함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호하고 자사 입장을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