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라이드, 인텔, 삼성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기업들이 기술 투자를 위기 극복 열쇠로 꼽았다. 고성능 제품을 시장에 적기에 출시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부터 기술 상용화까지 전주기에 걸친 기술 혁신을 도모해야 하고, 각종 기술 난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론으로는 소부장 기업 간 협력과 데이터 활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3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과 전자신문이 공동 주최한 ‘2023 글로벌 소재·부품·장비 테크페어’에서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인텔, 삼성디스플레이, 포스코퓨처엠, 머크 등 국내외 대표 기술 기업이 소부장 시장 현황과 기술 로드맵을 공개했다.
기조 연설을 맡은 박광선 어플라이드코리아 대표는 기존 기술과 시장 전략으로 반도체를 적시적소에 공급하기 어렵다면서 “반도체 생태계가 복잡해지면서 기업 혼자서는 기술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고, 반도체 산업 내 모든 기업과 대학 등 학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혁신 속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어플라이드는 대규모 R&D 투자로 당면 과제를 해결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지난달 발표된 ‘에픽센터’다. 미국에서 2026년 가동할 에픽센터는 어플라이드 기술 개발의 허브 역할을 담당한다. 반도체 제조사 등 고객 뿐 아니라 소부장 협력사와 학계 등이 모두 참여한 생태계를 구축, 기술 혁신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박 대표는 “한국에도 이같은 R&D센터를 준비하고 있다”며 “2025년 개소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인텔 역시 기술 투자를 강화한다. 나승주 인텔코리아 상무는 최근 발표한 반도체 후면전력공급 기술을 소개했다. ‘파워비아’란 이름의 기술이다. 반도체 성능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기존 웨이퍼 회로와 같이 배치했던 전력 공급 배선을 웨이퍼 후면에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 상무는 “인텔 20A(2나노) 공정부터 해당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스플레이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전석진 삼성디스플레이 상무는 정보기술(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투자 계획과 배경을 공유했다. 8.6세대 OLED라 불리는 차세대 패널은 노트북과 태블릿PC에 적용된다. 노트북 시장이 확대되면서 OLED 업계 새 먹거리로 부상했다고 전 상무는 설명했다.
노권선 포스코퓨처엠 연구소장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한 양극재·음극재 개발 방향을 공개했다. 음극재 핵심 원료인 흑연 순도를 높이고 공급망 다각화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다는 것이 골자다. 노 연구소장은 “흑연 성능 고도화와 공정 투자로 중국 원료 의존도를 탈피할 것”이라며 “포스코 인터내셔널 등과 협업으로 흑연 밸류 체인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선우 머크그룹 스마트제조 총괄 박사는 데이터를 활용한 제조 공정 혁신 방법을 제시했다. 머크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인 머크 일렉트로닉스 뿐 아니라 생명과학, 헬스케어 부문까지 각종 데이터를 통해 스마트 공정을 구현하고 있다.
약 300명의 업계 관계자가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는 수요·공급 기업 1대1 상담회와 기술애로 클리닉도 열려 소부장 기업 기술 교류와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전윤종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원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부품, 이차전지 분야 대표기업과 소부장 기업이 소중한 정보를 공유하며 세계 공급망 재편의 시류에 앞서는 계기가 됐다”며 “우리 소부장 기업 발전과 산업기술 R&D 국제화를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
권동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