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재난재해의 계절이 다가온다. 여름철 호우로 인한 침수, 홍수 등 자연재해를 비롯해 전기배전반 습기, 절연열화 등 여러 요인에 의한 전기화재의 공포가 어른거린다. 자연재해는 불가항력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전기화재는 다르다. 전기화재는 자연재해와 달리 제도나 기술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최근 5년간(2017~2021년) 우리나라 전기안전 종합정보시스템을 들여다보면, 전기화재가 전체 41,817건으로 사망 238명이고, 부상 1525명이다. 총 재산피해액은 1조 1600억원을 넘는다.
전체 화재 가운데 전기화재 점유율을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상위에 속한다. 2021년 기준 한국은 22.7%인데, 일본은 19.4%, 영국에선 17.2%, 대만이 13.4%다. 특히 대만은 2016년까지 32.8%로 높게 유지되다 2017년부터 11.3%로 급감했다. 대만 정부가 전기시설 안전기준을 높이고 안전성 검사를 강화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전기화재 비중이 높은 것으 단연코 전기안전 관리정책과 전기설비기술기준에 따른 한국전기설비규정에 근원적 문제가 숨어 있다.
현재 배선용 차단기와 누전차단기가 전기설비에 보급됐지만 전기가 원인이 된 화재는 좀처럼 줄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기존 차단기는 과전류, 단락전류, 누설전류에 대해서만 동작하고 화재의 주원인인 아크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여러 전기 전문가도 밝혀졌듯이 아크 고장 시 흐르는 전류가 정상상태보다 약간 차이 정도로 기존 차단기의 동작 관점에서는 정상상태로 잘못 감지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선 220V를 사용하기 때문에 주변국에 비해 전기재해에 대한 위험도가 높고 전기화재 발생률 또한 높아 아크차단기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기존 누전차단기 강제 보급만 붙들고 있는 한국전기설비규정은 아직도 아크차단기 보급을 억누르고 있다. 전기화재의 주원인은 아크인데, 사실상 고물 수준인 누전차단기만 고집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기화재 원인과 대책이 엇갈려서 화근이 되고 있다. 다행히 국내 우수 강소기업이 아크차단기를 이미 개발했고, 제품 안전성 검증도 추진중이다. 전기화재 예방에 필요한 기술 문제도 완성단계로 알려졌다. 이 시점에서 한국전기설비규정을 비롯한 세 가지 제도개선 방향을 제언한다.
첫째, 한국전기설비규정(산업통상자원부 공공 제2020-738호)의 일부(214.2.1 전기기기에 의한 화재방지)를 개정해야 한다. 본 조항은 모두 7개 항으로 1항~6항까지는 고열 고온을 견디는 일반적인 보호조치 요령이다. 7항은 화재 위험성이 높은 특정 회로에 대한 화재 예방조치인데 이상하게 임의규정이다. 이는 ‘KS C IEC 62606에 적합한 장치를 시설하여야 한다’로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안전인증대상전기용품의 세부품목에 전기용품보호부품으로 배선용 차단기와 누전차단기만 차단기 품목으로 지정되어 있다. 당장이라도 20A 이하인 것에 한정하는 아크차단기도 추가 지정해야 한다.
셋째,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전기안전관리법에 따라 전기안전에 관한 기술개발 및 보급, 국제 기술협력 및 기술·용역의 수출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그래야 국내에 아크차단기의 시장도 늘고, 나아가 해외 기술 및 인력 수출도 확대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전기환경이 급변한 지금은 낡은 고리와 관행을 끊고 새로운 기술이 보급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진흥정책이 필요하다. 그것이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고 국가 경제산업 발전에 유익하다.
유상선 건국대 산학협력중점교수 ssyu@konkuk.ac.kr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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