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쎄미켐이 ‘하이 NA 극자외선(EUV)’용 감광액(포토레지스트, PR)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이 NA EUV는 차세대 반도체 노광장비로 불리는 장비로, 2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 필수장비로 손꼽힌다.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반도체 EUV PR를 국내 최초 양산한데 이어 차세대 PR 국산화에도 도전한다.
동진쎄미켐은 최근 하이 NA EUV PR 개발 로드맵을 수립했다. 올 하반기 연구개발(R&D)을 개시, 이르면 2025년 상반기 기술 개발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사 ASML의 하이 NA EUV 장비 대량 생산에 앞서 PR 개발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PR는 웨이퍼 위에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 핵심 소재다. 웨이퍼에 도포 후 노광 작업을 거치면 성질이 변하면서 회로 패턴의 밑바탕이 된다. EUV용 PR은 특히 고해상도 패턴을 그릴 때 필수다. 지금까지 일본 등 전량 해외에서 들여왔지만, 동진쎄미켐은 지난해 EUV PR 국산화에 최초 성공한 바 있다.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3대 품목 중 하나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해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재 삼성전자에 공급 중이다.
새로 도전하는 신제품은 ‘하이 NA EUV’ 장비에 맞춘 차세대 EUV PR다. 하이 NA EUV는 빛 집광능력을 나타내는 렌즈 개구수(NA)를 기존 0.33에서 0.55로 끌어올린 장비로, 초미세 회로 패턴을 그릴 수 있는 핵심 장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 첨단 반도체 기업 모두 이 장비를 ASML로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장비와 차세대 하이 NA EUV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이다.
ASML은 내년 첫 하이 NA EUV 장비를 출하할 예정이다. 2026~2027년 대량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진쎄미켐은 하이 NA EUV 시장이 본격 개화하기 전 관련 PR 제품 상용화를 완료, 시장을 선점한다는 포석이다.
동진쎄미켐은 다양한 하이 NA EUV용 PR 개발 프로세스를 추진한다. 하이 NA 장비는 초기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고 반도체 수율에 영향을 줄 요소가 워낙 많은 만큼 여러 ‘변수’를 고려해 제품 개발에 나선다는 의미다. 적은 양의 빛으로 고감도 화학반응이 가능한 화학증폭형레지스트(CAR) 타입은 물론, 무기물(MOR) 기반 제품도 염두에 뒀다. 무기물 PR는 무기물 대비 초미세 회로 구현 정확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했다.
반도체 노광 공정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PR 해상도, 패턴 거칠기, 감도 개선도 추진한다. 이들은 PR 품질을 좌우하고 반도체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핵심 요소다.
동진쎄미켐이 하이 NA EUV용 PR 개발에 나서면서 기존 선두주자들과 한판 승부를 예고했다. EUV PR는 신에츠화학, JSR, TOK 등 일본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 역시 하이 NA용 PR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진쎄미켐 관계자는 “재료 개발사가 부품·장비사보다 최소 6개월 이상 빠르게 대응해야 반도체 제조사나 장비사로부터 자사 소재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차세대 EUV 장비가 보급되지 않은 상황이나 소재 개발에 검증이 필요한 만큼 고객사·파트너 등을 통해 테스트 기회를 확보하고, 하이 NA EUV 장비에 최적화된 PR 개발을 위한 다양한 프로세스를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