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차기 한전 사장, 전문성이 우선이다

변상근 정치정책부 기자
변상근 정치정책부 기자

한국전력공사 차기 사장 자리를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지난달 19일 정승일 사장이 사퇴한 이후 한 달이 지나면서 유력 인사들이 조금씩 거론된다. 김동철 전 국회의원, 김종석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 박일준 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김준동 전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등 정치권 인사와 전직 관료가 한전 사장으로 언급된다. 이 외에 민간 기업 경력을 갖춘 인사가 온다는 말도 있지만 아직은 특기할만한 내정자가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전 사장은 전통적으로 산업부 차관 출신이 우대받았다. 한전은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을 책임지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무게감과 전문성을 동시에 갖춰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요금이 정치권에게 휘둘리는 현 상황은 오히려 관료보다는 정치인을 필요로 하는 분위기라는 평이다. 여당에서 전기요금 결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라도 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관료보다는 정치권 인사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하지만 한전 사장은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의 정점이자 당장 에너지 공급을 책임지는 자리라는 점에서 ‘전문성’ 매우 중요하다. 의욕만 넘치는 인사가 올 경우 한전 재무위기의 실타래는 더 엉키고, 나아가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경쟁력까지 악화될 수 있다. 한전 사장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가 오기에는 감당해야 할 책임이 너무나 큰 자리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가 올 때는 가뜩이나 뒤숭숭한 한전 직원들의 사기는 더 떨어지고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 정권에서 가장 유념해야 하는 부분이다.

차기 한전 사장은 향후 정치권의 전기요금 압박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수완’도 갖춰야 한다. 여당이 법 근거도 없이 전기요금 결정 과정에 개입하면서 에너지 요금에 대한 피로도는 커졌다. 역대급 무더위가 예고된 올 여름을 지나고 나면 에너지 요금에 대해 국민들은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겨울철에 더 강하게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슬기롭게 풀어가야 한다.

이와 함께 차기 한전 사장은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을 넓게 볼 수 있는 ‘시각’과 ‘개혁성’도 갖춰야 한다. 여당과 정부는 한전 내부 조직이 개혁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에너지산업 전반을 개혁할 수 있는 의지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안보와 에너지전환을 동시에 도모하면서 합리적인 전력시장과 산업구조도 정착시켜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최대 에너지기업인 한전이 변화하고 장기 투자를 강화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은 허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결단력과 합리성을 갖춘 인사가 한전 사장 자리에 오길 바란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