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글로벌전략회의 시작, ‘반도체 회복, 폴더블폰 흥행’ 집중 논의

삼성전자가 20일 사흘 일정으로 국내외 임원 500여명이 모이는 글로벌전략회의를 시작했다. 매년 두차례 열리는 정기회의로 2분기 적자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하반기 위기 돌파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이 20일 수원사업장과 화성사업장에서 각각 글로벌 전략회의를 가졌다. DX 부문에서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가 이날 회의를 했고, 이어 21일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VD)와 가전사업부(DA), 22일 전사사업부 대상 회의가 진행된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

첫 날 DS 부문은 반도체 시장 침체를 타개할 전략을 적극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시장은 핵심 수요처인 스마트폰·PC·서버 시장 위축으로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적자를 면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지속 제기된다. 이에 하반기 시장을 반등시킬 새로운 동력 확보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이후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언제까지 유지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메모리 공급 과잉으로 시장 가격이 지속 하락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 메모리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감산 유지 여부에 따라 시장에 미칠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감산에 따른 시장 변화에 맞춰 신규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관건이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과제다. 삼성전자는 기존 스마트폰 등 모바일 중심에서 고성능컴퓨팅(HPC)와 차량용 반도체(오토모티브) 위탁 생산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서비스 고도화와 이를 위한 공정 기술 확보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 전자신문DB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 전자신문DB

안정적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파트너십 등 협력 체계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 대표는 최근 이스라엘, 독일, 네덜란드 등 5개 도시 출장 소식을 전하며 “미래 기술은 혼자 만들 수 없다. 다양한 주체와 함께 장기적 관점에서 혁신과 파트너십을 통해 미래를 그려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DX 분야는 수요 둔화 속 견조한 수익성 유지가 화두다. 1분기 반도체 부문 실적이 크게 하락한 가운데, 그나마 갤럭시 S23이 신제품 효과를 판매 호조를 보였고, TV 등 세트 가전에서도 선방이 있었기 때문이다.

MX사업부에서는 다음 달 공개 예정인 프리미엄 폴더플폰에 대한 마케팅 전략이 집중 논의됐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말 갤럭시Z플립5와 폴드5 등 하반기 신제품의 언팩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갤럭시 언팩 역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 서울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만큼 역대급 판매를 기록할지 관심이다.

21일 VD와 DA 사업부 회의에서에서도 MX와 마찬가지로 프리미엄 마케팅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TV 부문은 지난해 연말 성수기 수요에 적극 대응한 결과, 네오 QLED와 초대형 제품 등 프리미엄형을 중심으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증가했었다. 최근 하반기 시장 일부 수요 회복이 예상되는 가운데 네오 QLED, OLED와 초대형TV 등 프리미엄 제품군을 시장을 넓혀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비스포크 라인업을 통한 맞춤형 시장 공략도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싱스 플랫폼과 글로벌 기업 제품들과의 연결 확대를 통한 생태계 확장도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아울러 탄소중립 대응 주제도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인포컴 2023’ 행사에서 제품 생애주기별 친환경 노력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행사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은 “업계 리더로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디지털 사이니지 기술 혁신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재용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순방 동행에 따른 프랑스와 베트남 방문 일정으로 전략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전략회의는 각 사업부문장이 중심이 되는 회의로, 이 회장은 결과를 보고받는 식으로 진행해 왔다”라며 “지난해 전략회의에도 이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었다”라고 말했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