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초대형 TV 가격 승부수…98형 모델 1000만원 벽 깼다

美·호주서 QLED 4K 사전 판매
실제 구매 910만원까지 이어져
한국도 900만원대 구입 가능

삼성전자가 가정용 TV 중 가장 큰 98형 모델을 900만원대로 판매하는 파격 전략을 들고나왔다. 수천만 원에 달하던 98형 TV 모델을 처음으로 1000만원 이하로 판매, 초대형 TV 시장 확산 승부수를 던졌다.

주요 국가별 QLED 4K 98형 신제품 사전 판매 가격 현황
주요 국가별 QLED 4K 98형 신제품 사전 판매 가격 현황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프리미엄 TV 'QLED 4K 98형'(모델명: 98Q80C) 제품을 7999달러(약 1040만원)에 사전 주문을 받고 있다. 내달 3일까지 진행되는 사전 예약 기간에는 1000달러가 즉시 할인돼 실제 구매가는 6999달러(약 910만원)로, 1000만원이 채 안 된다. 호주법인 역시 같은 가격에 7월 3일까지 사전 주문을 받고 있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도 해당 모델은 6999유로(약 998만원)에 사전 판매 중이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사전 판매가가 1000만원(1040만원)이 넘지만 기존 TV를 반납할 경우 900만원대에 구매 가능하다.

지난 달 국내에서도 이 제품은 출고가 1270만원에 판매를 시작했다. 카드사 할인과 유통점 재량 할인을 더해 900만원대에 판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98형 TV를 900만원대에 판매한 것은 파격적인 선택이다. 이번 제품이 프리미엄 TV 중에서도 보급형에 해당하고 4K라는 점에서 낮은 가격대가 예상됐지만, 1000만원 벽이 깨진 것은 예상 밖이다.

실제 삼성전자가 2019년 처음 선보인 QLED 8K 98형 출고가는 7700만원에 달했다. 이어 QLED보다 한 단계 높은 네오QLED 역시 지난해 출시한 98형 4K 모델도 4500만원에 출고됐다. 경쟁사인 LG전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인 '올레드 에보' 97형과 비교해서도 가격은 3분의 1 수준이다.

80형대 이상 TV시장 1위 굳히고
中 업체 추격 견제…돌파구 삼아

삼성전자가 파격적인 가격을 꺼내 든 것은 80형대 이상 초대형 TV 시장에서 확고한 지배력을 갖추겠다는 의도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전 세계 80형 이상 TV시장이 2022년 약 283만대에서 올해 약 351만대로 24%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반적인 TV 시장 수요 둔화에도 초대형 시장은 성장세다.

삼성전자는 80형 이상 TV 시장에서 40%가 넘는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LCD TV 영역에서는 중국 업체 추격과 OLED TV 영역에서는 LG전자의 공고한 지배력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자사가 주도하는 80형 이상 초대형 TV 시장을 키우는 게 시급하다. 이를 위해 올해 TV 사업 핵심 과제 역시 초대형 시장 확대인 만큼 수요 확산을 위한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98형이라는 압도적인 크기만큼이나 가격 부담이 컸는데, 1000만원 벽이 깨진 것은 초대형 TV의 보급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