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에서 실종된 타이타닉 관광 잠수정 수색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는 가운데, 과거 해당 잠수정을 이용한 승객들이 경험담을 공유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독일인 탐험가 아르투어 로이블은 지난 2021년 문제의 잠수정 ‘타이탄’에 탔던 경험담을 전하며 “돌이켜보면 그건 자살 미션과 같았다”고 회상했다.
로이블은 독일 빌트지와 인터뷰에서 “처음 잠수정에 탔을 때 전기 문제로 선체에 고장이 나 잠수가 취소됐었다”며 “잠수에 성공했을 때도 전기 장치 고장으로 예정 시간보다 다섯시간이나 늦게 잠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탔을 당시에도 잠수정에 고장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시 잠수정에서 하강할 때 균형을 잡는 데 쓰이는 ‘안정화 튜브’의 브래킷이 선박에서 떨어져, 이를 케이블 타이로 묶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자살 미션 같았다’고 표현했다.
문제가 된 잠수정을 운영하는 회사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톡턴 러시와 잠수정 조종사 폴 앙리 나르젤렛도 동승했다고 로이블은 전했다. 러시 CEO와 나르젤렛 조종사 모두 현재 실종된 잠수정에 탑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작가이자 제작자로 유명한 마이크 리스도 지난해 7월 이 잠수정을 탔다.
그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잠수정을 타고 해저로 내려가는 과정은 한 시간 반 동안 돌덩이가 돼서 가라앉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라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그 역시도 타이타닉 잔해로 향할 때 해류에 의해 경로를 이탈했으며, 나침반이 매우 이상하게 작동하는 등 안전 문제를 겪었다.
CBS 팟캐스트 진행자인 데이비드 포그도 지난해 이 잠수정에 탑승한 경험이 있다. 그는 잠수정 실종이 보도된 직후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경험담을 전하며 통신 문제를 지적했다.
포그는 “내가 지난 여름 탔을 당시에도 잠수정이 몇 시간 정도 길을 잃었다”며 “수중에는 GPS가 없기 때문에 지상선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 잠수함을 난파선(타이타닉호)으로 안내하게 되어 있는데, 통신이 중단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잠수정이 실종된 이후 선체의 여러 안전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몇만원짜리 게임용 무선 컨트롤러로 잠수정을 조종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으며, 2018년부터 잠수함 산업 업계 관계자들이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에 서한을 보내 위험성을 경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당시 업계 관계자들이 “회사의 실험적인 장비는 사소한 오류에서 큰 참사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잠수정은 대서양에서 18일 오전 잠수한지 1시간 45분만에 통신이 끊기며 실종됐다.
이 안에는 영국 억만장자 사업가이자 탐험가인 해미시 하딩을 포함해 모두 5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에는 30분 간격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감지되기도 했지만 수색에 별다른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내부에는 70~96시간 분량의 산소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동부 시각으로 22일 오전 7시 18분(한국 시각 오후 8시 18분)이면 산소가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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