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이제 10개월도 채 남지 않았으나 선거제 개편 논의는 '개점휴업' 상태이다. 거대 양당의 극단적 대립정치로 갈등과 정쟁만 반복되는 국회를 바꾸고자 20년만에 전원위원회도 네 번이나 열었다.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이 결성되고, 국회가 선거제 개혁을 하겠다며 난상토론을 벌인다고 했을 때는 정치권의 다양한 노력에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다. 하지만 전원위 이후 3달간 선거제 개편 논의는 '올스톱'됐다. 표결도 이뤄지지 않았고 아무런 후속 조치나 논의도 없다. 각종 현안에 선거제 개편은 뒷전으로 밀렸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제 개편은 선거 실시 1년 전까지 마무리 되도록 돼 있다. 이미 법정 시한을 훌쩍 넘긴 상황이다.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가장 기본인 선거 제도를 여야는 무시하고 외면하고 있다.
현행 선거제를 고치지 않고 그대로 이어간다면 여야 모두가 지적했던 위성정당 출현 가능성을 그대로 방치하게 된다. 또 인구 편차 때문에 조정해야 하는 지역구가 무려 30곳이나 된다. '깜깜이 선거구 획정'으로 혼란만 가중된다.
보다못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이달까지 선거제 개편을 위한 여야 3당 대표간 담판을 제안했다. 그러나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단 각 당에서조차 선거제 개편의 중지가 모여지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제안한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카드에도 아무런 호응이 없다. 오히려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타협과 조정이 안되면 위성정당 방지 방안만이라도 추가하자”는 이정미 대표의 말에 이미 예상되는 결론이 들어가 있다. 결국 크게 이견차가 없는 위성정당 출현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합의만 이뤄져도 다행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선거제 개편은 시간에 쫓길수록 독이 된다. 이미 4년 전 벼락치기로 처리한 현행 선거제도가 방증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위성정당'으로 전락했고, 나눠갖기식 비례대표제는 오히려 정쟁과 정치 양극화를 조장했다.
말로만 선거제 개혁을 외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더 이상 지금의 정치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려 하지 말고, 책임감 있는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선거 직전에 '공정 경쟁'을 아무리 외쳐도 '위선'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22대 총선의 승패를 가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각 당은 2030세대, 이른바 MZ세대의 민심 향배를 꼽고 있다. 이들 세대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위선'이고, 좋아하는 단어는 '공정'이라고 한다. '하는 척' '아닌 척' '위하는 척'하는 것을 혐오하는 것이다. 양당 대표가 뭉개버린 선거제도 공론화의 결과는 결국 이들 표로 반영될 것이다. 무차별적으로 돈을 푸는 사탕발림식 포퓰리즘 경쟁은 그만하자.
늦게나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 개편을 협의하기 위해 '2+2 협의체'를 발족했다. 이번엔 '하는 척'이 아닌, 제대로된 결과물을 보여주길 바란다. 정치 복원을 위한 공정한 선거제 개편에 서둘러야 한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