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2일 제기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리플랩스에 대한 증권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한 뉴욕지방법원 1심 판결이 지난 주 나왔다. 2013년 이래 리플랩스는 리플(XRP)을 146억개, 13억 8000만 달러(한화 약 1조 7000억원)어치를 발행·판매했는 데, 이 과정에서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는 리플에 대한 등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이 제기됐고, 3여년 만에 1심 판결이 나온 것이다.
리플에 대한 판매는 여러 가지 형태로 이루어졌는 데, 크게 분류하면 7억 2000만 달러의 리플은 기관투자자들에게 문서계약을 통해 판매되기도 했고, 7억 5000만 달러의 리플은 거래소에서 프로그램이나 알고리즘에 의해 판매되기도 했다. 뉴욕지방법원은 이들을 달리 판단하였는 데, 기관투자자들에게 판매된 리플은 하위 테스트(Howey test)에 따른 증권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거래소에서 판매된 리플은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하위 테스트란, (1) 공동의 사업에 대한 (2) 돈의 투자가 있고, (3) 타인의 노력에 의한 이익 기대의 요건을 갖추는 경우 증권거래법상의 증권에 해당한다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75년전 이론이다. 리플랩스는 하위 테스트가 아닌 필수요소 테스트(essential ingredients test)을 주장했는데, 필수요소 테스트란 투자계약증권에는 투자자와 발행인 사이의 계약의 존재, 판매 이후 발행인의 특정 행동을 취할 의무의 존재, 이익을 분배받을 투자자의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이론인 데, 뉴욕지방법원은 하위테스트 외에 추가적인 요건을 요구하는 것은 연방대법원에 의하여 인정된 게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한편, 뉴욕지방법원은 하위 테스트를 상세하게 적용하였는 데, 기관투자자들에 대한 판매의 경우, (1)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한 자산은 집합되어 있는 바 사업의 성공 역시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공동의 사업'으로 볼 수 있고, (2) 기관투자자들은 법정화폐 등으로 구매하였기에 '돈의 투자'도 있었으며, (3) 모든 기관투자자들은 같은 형태의 리플을 받았기 때문에 각 기관투자자들의 이익은 리플과 운명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타인의 노력에 의한 이익 기대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은 소비용도로 리플을 구매한 게 아니라 투자용도로 구매하고, 일부 계약에서는 락업 조항이나 재판매 금지 조항이 있었다는 점은 이러한 점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았다.
반면, 뉴욕지방법원은 일반투자자들이 관여된 프로그램 또는 알고리즘 판매에 대해서는 달리 보았는데, 투자용으로 리플을 구매하였다는 SEC의 주장에 대해 하위 테스트 중 (3)의 요건이 결여돼 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일반투자자들은 판매자를 알 수 없는 형태의 거래를 하며 투자 용도로 구매하는 것도 아니고, 일반투자자들은 이익을 기대하면서 리플을 구매하긴 하나 그게 타인(리플랩스)의 노력에 따른 기대로부터 파생되지 않으며, 일부 일반투자자들은 리플랩스의 노력에 따른 이익을 기대하긴 하지만 리플랩스는 구매자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서는 약속에 따른 노력을 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기관투자자와 일반투자자는 (3) 요건에서 구별된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테라, 위믹스 등에 대한 증권성 논의가 있고, 실제로 기소된 사례가 있다. 뉴욕지방법원읜 판결은 현재 1심 단계로서 향후 항소도 예상되는 등 법적 논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증권성에 대한 미국 정부나 한국 정부의 강공이 한풀 꺾이는 계기로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