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절주절](2)'접대술'→'소확행' 타깃 바뀐 위스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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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 효과'란 용어가 있다. 1930대 미국 대공황 시기 소비가 줄었지만 립스틱 매출은 오르는 현상을 보고 경제학자들이 붙인 용어다. 립스틱 이외에도 넥타이, 미니스커트가 불황 상품군으로 묶이기도 한다. 주류업계에도 비슷한 속설이 있다. '경기 침체기에는 독주가 잘 팔린다'는 것이다. 알코올 도수가 높아 적은 양으로도 취기를 느낄 수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 위스키 수입액은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수입액은 1억3330만달러며 수입량은 1만6884톤으로 역대 최대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상반기 기준 수입액은 1억4265만달러다.

그러나 최근 위스키 소비가 늘고 있는 배경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금융위기 직전 3년(2005~2007년) 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5%를 웃돈만큼 호황기가 이어지는 분위기였다. 이른바 '룸싸롱 술'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당시 주로 유흥 채널에서 소비됐다. 잦은 회식과 단체모임이 익숙한 음주 문화가 만연했다.

요즘 위스키 소비는 과거와 달리 편의점부터 주류 전문점, 대형마트 등 소매채널로 바뀌고 있다. 글로벌 위스키 업체들이 유흥 채널 영업 인력을 줄이거나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배경이기도 하다.

젊은 세대가 위스키에 열광하는 것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일컫는 '소확행'과도 맞물려있다. 과거와 달리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에서 나를 위한 사치로 시점이 바뀌면서 고가 주류에도 선뜻 지갑을 여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회식이 줄어들고 집에서 혼자 음주를 즐기는 '홈술'이나 '혼술' 문화가 확산된 점도 영향을 미친다.

위스키 트렌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하이볼'이다. 산토리위스키가 하이볼 대표 제품으로 알려져 일본에서 유래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하이볼은 18세기 후반 미국과 영국에서 시작됐다. 위스키와 탄산수나 음료, 얼음, 레몬을 넣어 마시는 하이볼은 제조법도 간단하다.

세계의 명주와 칵테일백과사전에 따르면 칵테일의 한 종류다. 위스키에 음료를 섞은 음료수 전체를 '하이볼'로 소다수를 섞으면 '위스키 소다'라고 구분한다.

위스키 열풍이 국내에서만 불어온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위스키 원액이 품귀현상을 겪으며 숙성 기간이 길거나 희귀한 원액은 위스키 한 병당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가장 비싼 위스키는 2019년 소더비 경매에서 190만달러(약 23억원)에 거래된 '맥캘란 파인앤레어 1926'이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