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2500만년 전, 육식성 포유류가 초식 공룡에게 이빨을 박아 넣는 순간이 그대로 박제된 화석이 공개됐다.
전문가들은 이전에도 오소리 같은 육식성 포유류가 한때 지구를 지배한 공룡을 잡아먹기도 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번처럼 실제 사냥하는 순간이 담긴 증거가 발견된 경우는 처음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캐나다 자연사박물관의 조던 말론 박사와 중국 하이난 직업과학기술대의 강 한 교수는 이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를 통해 초식 공룡 '프시타코사우루스'와 육식성 포유류 '레페노마무스 로부스투스'가 뒤엉킨 화석에 대한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화석은 지난 2012년 중국의 한 농부가 랴오닝성 루자툰 마을 화산 지역에서 발견했다. 공룡 등 엄청난 수의 고생물이 화산 폭발로 순식간에 묻혀 '중국의 공룡 폼페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 화석도 화산 폭발 여파로 재가 덮쳐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1억 2500만년 전 백악기에 살았던 레페노마무스 로부스투스는 오소리 같은 육식성 포유류다. 이와 함께 발견된 초식 공룡 프시타코사우루스는 트리케라톱스의 조상이다.
이 화석은 언뜻 보면 공룡이 작은 포유류를 덮치는 것 같은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반대다. 작은 포유류가 자기보다 훨씬 큰 공룡의 턱을 앞발로 움켜쥐고 공룡의 갈비뼈에 이빨을 박아 넣고 있는 상태다. 뒷발로도 공룡을 움켜잡고 있다.
죽은 공룡의 사체를 먹고 있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말론 막사는 “포유류가 취한 자세는 공격자의 형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죽은 사체를 먹고 있는 경우에는 두 동물이 서로 엉켜 있지 않으며, 사체의 뼈에 이빨자국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포유류가 살아있을 당시 약 3.4kg(길고양이 크기) 정도 나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사냥 당하던 초식 공룡 몸무게는 약 10.6kg(래브라도 리트리버 크기)으로 추측된다. 포유류가 자신보다 덩치가 3배나 큰 공룡을 사냥했다는 뜻이다.
말론 박사는 “지금까지 덩치가 큰 공룡이 작은 포유류를 잡아먹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며 “놀랍게도 이번 화석은 때때로 작은 포유류가 큰 공룡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에도 작은 육식 포유동물이 훨씬 더 큰 동물을 사냥하는 경우가 있다. 울버린(족제빗과 포유류)이 순록이나 무스를 잡아먹는 것이 그 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홍콩 중문대학 고생물학자 마이클 피트먼은 “단순한 사냥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더 많은 싸움을 의미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무엇보다 중생대 포유동물들이 우리가 과거 생각했던 것보다 생태학적으로 더 다양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