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자녀가 아빠의 양 옆에서 나란히 걷는다. 아빠가 등 뒤에 맨 가방에서는 휴대폰 충전 케이블 세 가닥이 삐져나와 각자가 손에 든 휴대폰에 연결돼 있다.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를 함께 플레이하며 가족이 오손도손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저녁시간 산책을 하며 마주한 풍경이다.
여름방학 시즌이 시작됐다. 치열한 입시경쟁에다 여전히 학원을 쉬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게임은 휴식처 역할을 한다. 여름방학은 게임업계에 있어서도 대목으로 여겨지는 때다. 신규 이용자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게임 이벤트가 진행되고, 신작 출시가 이어진다.
게임은 국민이 보편적으로 즐기는 여가문화로 자리잡았다. 여름방학을 보내며 게임만 한다고 혼나던 청소년이 어느새 학부모가 됐다.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경제활동을 하고, 가정을 꾸린 지금도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건전한 취미 활동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가 많다. 부모와 아이가 게임이라는 공통 주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세대가 다가온 것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자녀와 함께 게임을 하며 부족했던 대화를 나누고 추억을 만들어보자. 자녀가 평소 즐기는 게임 어떤 장르인지, 게임 속에서 맺는 인간관계와 커뮤니티 활동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알게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게임 화면 건너편에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보다 건강한 온라인 소통 방법을 전해주는 시간도 갖을 수 있다.
화면 밖에서 다채로운 게임 관련 오프라인 이벤트도 자녀와 함께 즐겨보는건 어떨까. 여러 게임사가 체험형 팝업 이벤트와 컬래버레이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메타그라운드에 '배틀그라운드in성수'를, 넷마블은 경기도 일산 원마운트에 모두의 마블·쿵야·스톤에이지 등 대표 지식재산(IP)을 활용한 '넷마블월드'를 열었다. 게임 IP가 지닌 무궁무진한 확장 가능성과 생태계에 대한 현장학습을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성인은 물론이고 아동·청소년 모두 게임에 몰입할 수록 혼자서 게임을 이용하기 보다 온라인에서 만난 친구와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사회 관계망이 이동하며 신뢰의 형태와 대상도 변화한다. 게임을 문화적으로 이해하고 일상생활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함게 성찰해보는 게임 리터러시가 중요한 이유다.
게임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자. 게임은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게임사는 취업 시장에서도 인기있는 직장으로 손꼽힌다. 올 여름 자녀와 게임을 함께 즐기며 소통하고 미래 진로와 관심사안에 대해 알아보는 가정이 있기를 기대한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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