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펀드 1조1000억원이 풀린다. 세컨더리펀드 및 출자자(LP)지분유동화펀드 등 구주 매입을 전문으로 하는 펀드가 대거 조성되고, 초격차분야에 집중투자하는 벤처펀드도 하반기부터 투자 기업을 발굴할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6일 모태펀드 2023년 2차 정시 선정결과 총 42개 벤처펀드가 1조1433억원을 결성한다고 밝혔다.
이번 출자 사업에서는 최근 벤처투자 시장 침체를 고려해 구주 인수 목적의 펀드를 대거 조성한다. 세컨더리펀드 2335억원, LP지분 유동화펀드 404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LP지분유동화펀드는 벤처펀드가 보유한 LP지분을 사들이는 펀드다. 세컨더리펀드가 정시 출자사업에 편성된 것은 6년 만이다.
딥테크 투자 활성화를 위한 초격차 펀드는 2442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이 펀드는 정부가 선정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등 10대 초격차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 스타트업 성장단계별로 투자하는 창업초기펀드는 1867억원, 스케일업·중견도약펀드는 1250억원 규모로 출범한다.
중기부 소관 출자 사업 외에도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출자하는 벤처펀드는 이미 지난달 운용사 선정을 마쳤다. 중저예산한국영화펀드는 412억원, 스포츠산업펀드는 184억원, 관광기업육성펀드는 43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메타버스 관련 중소·벤처기업에 집중투자하는 메타버스펀드도 437억원 규모로 투자를 개시할 예정이다. 티케인베스트먼트와 엘에스에프라이빗에쿼티가 공동으로 펀드를 운용한다. 공공기술사업화펀드와 뉴스페이스펀드는 각각 124억원, 1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환경부 출자 사업인 미래환경산업펀드는 775억원 규모로 비교적 큰 규모다. 현대차증권과 인프라프론티자산운용이 공동으로 운용한다.
이 밖에 국토교통산업펀드, 사회서비스펀드, 대학창업펀드1·2, 사회적기업펀드 등이 운용사 선정을 마치고 펀드 결성에 한창이다.
중기부에서는 투자목표 연계 인센티브를 적용해 자펀드의 빠른 투자를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조합등록일부터 만 1년 이내에 출자약정 총액의 40% 이상을 투자하기로 한 펀드에게는 추가 관리보수와 펀드 기준수익률 하향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이은청 중기부 벤처정책관은 “올해 2분기 발표한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방안'에 이어 이번 2차 정시로 선정된 모태자펀드들이 벤처·스타트업의 자금조달 애로 해소 물꼬를 터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예년 대비 적은 출자 규모에 아쉬워하면서도 구주 인수 목적 펀드 규모가 비교적 크다는데 안도하는 분위기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침체로 인해 당분간은 신주 투자보다는 구주를 어떻게 회수하느냐가 업계의 가장 큰 고민거리”라면서 “내년 투자 시장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간회수시장 지원이 보다 더 확대돼야한다”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